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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대학 '무전공·자유전공' 선발 확대…"정시 합격 예측 어려워져 수험생 혼란 커질 것"


입력 2024.01.10 04:07 수정 2024.01.10 04:07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기능 '학부 대학'으로 이전…한양대, 자유전공학부 '한양인터칼리지' 전형 신설

전문가 "신설학과 만들어지고 정원 변화 생기는 중대한 사안…수험생들 입장에선 어려운 한 해 될 것"

"기존 무전공 체계 유지하면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전공 트랙제로 학생 원하는 교육받게 해야"

"다양한 학과 강의 들을 수 있도록 학교 차원서 시스템 구축 병행돼야…본 학과 우선시하면 성공 못 해"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인천시 미추홀구 25지구 제5시험장이 마련된 인선인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뉴시스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올해 고교 3학년에 적용되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 무전공 모집을 확대하는 방안을 속속히 추진하고 있다. 전공 선택을 대학 입학 후에 하도록 해 실패가능성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전공 모집 확대가 대학 합격 가능성 예측을 어렵게 해 수험생들에게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특히 무전공이 기초학문 고사와 특정학과 쏠림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학교 차원에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대학은 2025 대입부터 입학할 때 바로 전공을 정하지 않고 2학년 이후 전공을 결정하는 무전공·자유전공 입학생 모집 규모를 확대하거나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서울대는 기존 정원이 123명인 기존 자유전공학부 기능을 내년 3월 출범하는 '학부 대학'으로 옮기고 신입생 정원을 400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입학 정원 약 2600명 중 약 15%에 달하는 인원을 무전공으로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한양대학교는 대입전형에서 자유전공학부인 '한양인터칼리지'를 신설하고, 250명을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고 기초 소양을 두루 갖춘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다.


이 밖에도 연세대, 서울시립대, 동국대 등 서울 주요대학들이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사업 개편 계획에 발맞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유전공은 진로 탐색의 기회가 적었던 신입생들에게 1년간 다양한 학문의 영역을 체험할 수 있게하고, 융합형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무전공 모집 확대 방안이 수험생들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인기학과 쏠림 현상 및 대학 서열화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일 2024학년도 대학 정시모집 접수를 시작한 가운데, 수험생들이 한양대에서 원서접수처 안내를 확인하고 있다.ⓒ연합뉴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입시의 불확실성이 대단히 커진 것으로 봐야한다. 학생들은 수시 모집이 시작되면 정시 합격 가능성을 예측해 대학에 지원하는데, 올해는 무전공·자유전공의 입학결정점수가 가늠이 안되는만큼 정시 합격 가능성 예측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통합수능 실시 이후 이과생의 문과침공, 선택과목 간 점수 불균형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데 여기에 자유전공 변수까지 생기면 수험생 입장에선 대학 합격가능성 예측에 큰 혼란이 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래대로라면 대상 학생 기준 고등학교 2학년 4월 말까지는 행정에서 공표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신설학과가 만들어지고 정원에 변화가 생기는 중대사안인데 대학들까지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고3 수험생 입장에선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무전공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의미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단순히 신입생에게 1년 뒤 전공을 선택하게 하는 취지라면 기초학문고사 혹은 특정학과 쏠림현상으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미 자유전공학부를 둔 일부 대학에서는 경영·경제학과나 컴퓨터공학과 등 취업에 유리한 일부 학과와 전공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무전공제가 본래 취지와 달리 인기 학과 진입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무전공보다는 선택할 수 있는 전공 분야의 폭을 넓혀놓는 '전공 트랙제' 도입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들은 전공 트랙제를 운영해 학생들이 원하는 미래 커리어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은 원하는 커리어에 맞춘 트랙을 고르고 향후 4년간 받을 교육에 대해 교수들과 진로상담을 할 수 있다"며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교수들도 질 높은 강의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학생이나 교수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무전공 학생들이 커리어 플랜을 짜고 다양한 학과에서 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시스템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무전공이라고 학생들을 뽑아놓고 본 학과 학생들을 우선으로 생각하면 무전공은 성공할 수 없다"며 "일부 대학 사례를 보면 수강신청 때 본 학과 학생들이 우선 신청을 하고 남은 자리를 자유전공 학생들에게 주는 경우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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