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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혈액 나흘이면 동난다…'헌혈 보릿고개' 맞이한 서울중앙혈액원 [데일리안이 간다 12]


입력 2024.01.19 05:00 수정 2024.01.19 05:00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겨울철 한파와 방학 맞은 학생들의 헌혈 감소 여파…수도권 내 혈액 보유량 5일분 미만

18일 기준 혈액보유량 4.4일분, '관심' 단계…혈액원 "1~2월이면 혈액 부족 절정"

"교육부, 2024학년도부터 개인 헌혈 봉사활동 실적으로 인정 안 해…10대 헌혈자 4년새 반토막"

"30대 이상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 시급한 상황…헌혈, 수혈 필요한 환자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

18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대한적십자사 서울중앙혈액원 혈액공급실. 혈액 보관 냉장고에 혈액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겨울철 한파와 방학을 맞은 학생들의 헌혈 감소 여파 등으로 수도권 내 혈액 보유량이 5일분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혈액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일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이대로라면 수술이 필요한 응급수술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중앙혈액원은 "혈액 부족은 1~2월에 절정을 이룬다"며 "혈액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만큼 국민들의 꾸준한 헌혈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오전 데일리안은 서울 강서구 염창동 대한적십자사 서울중앙혈액원을 직접 찾았다. 1층 혈액공급실 내 혈액 보관 냉장고에는 군데군데 혈액이 비어있었다. 언뜻봐도 혈액이 부족해보여 수혈이 필요한 응급 수술 등에 차질이 우려됐다.


실제로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 혈액보유량은 4.4일분으로 '관심' 단계다. 혈액형별로 O형 3.2일분, A형 3.3일분, B형 6.9일분, AB형 4.6일분으로 O형과 A형 혈액이 부족한 상황이다.


적십자사가 지정한 적절혈액보유량은 일평균 5일분 이상이다. 혈액이 5일분 미만으로 남으면 '관심', 3일분 미만은 '주의', 2일분 미만은 '경계', 1일분 미만은 '심각' 단계로 나뉜다. 혈액 보유량은 지난 1일 6.9일분 '적정' 수준이었지만 연일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18일 적혈구제제 보유 현황. 혈액보유량(4.4일)이 일 평균 보유량 5일분 미만으로 떨어졌다.ⓒ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 본부

혈액원은 겨울 방학과 추운 날씨가 겹치면서 헌혈량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중·고등학교, 대학교가 방학을 맞아 단체헌혈이 줄어들어 헌혈량 자체가 감소한 것도 한 몫을 했다. 이런 이유에서 겨울철은 '헌혈 보릿고개'로 불린다.


혈액원 관계자는 "날씨가 추워지면 아무래도 밖에 잘 안 나가기 때문에 헌혈이 줄어든다"며 "그렇게 점차적으로 줄어들다가 1~2월이 되면 혈액 부족이 절정에 치닫는다. 이후 학생들이 개학하거나 활동하기 좋은 날씨가 되면 다시 혈액양이 늘어나는 사이클이 매년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혈구의 경우 최대 35일까지 보관할 수 있지만 길어도 2주일 안에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교육부가 2024학년도 대입부터 개인 헌혈을 봉사활동 실적으로는 인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학생들의 헌혈 참가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9년 54만건이던 고교생 헌혈은 4년 만에 27만건으로 반토막났다. 전체 헌혈자 중 10대 비중도 같은 기간 28%에서 18%로 감소했다.


혈액원 관계자는 "헌혈이 봉사활동 실적으로 인정이 안되면서 아이들이 굳이 헌혈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10대·20대를 대상으로 헌혈 참여를 유도하는 대책 마련을 세우고 있지만, 헌혈은 강제로 할 수 없는 것인 만큼 쉽지 않다. 30대 이상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18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대한적십자사 서울중앙혈액원 혈액공급실. 혈액 보관 냉장고에 혈액이 텅텅 비어있다.(왼쪽), 혈액공급실에 혈액운반상자가 쌓여있는 모습.(오른쪽)ⓒ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혈액원 건물 3층 헌혈의집 중앙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헌혈 방법은 간단했다. 번호표를 뽑고 사전 문진표를 작성하고 헌혈 적합 여부를 판단한 뒤 헌혈을 진행한다. 적십자 공식 앱을 통해 혈액검사결과를 받아볼 수도 있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 오전 11시 헌혈의집을 찾은 인원은 3명뿐이었다. 남성 1명이 헌혈을 하고 있었고, 나머지 두 사람은 대기 중이었다. 기자가 관계자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추가로 방문한 인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한 관계자는 "하루 평균 15명 정도 헌혈을 하러 온다. 20명이 채 안 된다"며 "그나마 금요일~일요일 사이에 헌혈하러 오는 사람이 많은 편인데 25명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도 헌혈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사전 문진표에서 부적합 여부를 받아 참여하지 못했다. 최근에 독감 등 질병을 앓았다면 치료가 끝난 뒤부터 1개월이 지난 뒤부터 헌혈이 가능하다. 또한 해외여행에 다녀온 이력이 있어도 4주 동안 헌혈이 불가능하다. 최근 독감이 유행하고 있고 겨울맞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많아 애써 여기까지 와서도 헌혈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혈액원 관계자는 "헌혈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혈액은 장기간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적정보유량을 유지하려면 꾸준한 헌혈이 이어져야 한다"며 "누구나 수혈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만큼 국민들의 적극인 헌혈 참여를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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