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공의 입장 충분히 존중할 것”
전공의 대표 “대한민국 의료 미래 없어”
정부 “원칙 지키면서 유연하게 의료개혁”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인한 ‘의정(醫政) 갈등’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양측 간 대화에는 일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부는 ‘조건 없는 대화’를, 의료계는 ‘2000명 증원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진통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 간 만남이 어렵게 성사됐음에도 서로 간의 의견 차이만 확인한 채 허무하게 끝나면서 의정 갈등 해소는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5일 정부·의료계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오후 2시간 넘게 용산 대통령실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이번 면담은 지난 2일 윤 대통령이 전공의들과 직접 만남을 제의한 것과 관련 박 위원장이 이틀 후 이를 수용하면서 성사됐다.
이에 의정 간 갈등을 개선할 수 있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으나 면담 내용에 대한 양측의 발표는 극명하게 갈렸다.
면담 직후 대통령실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장에 남아있는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의료 공백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운 것이다.
하지만 박 위원장 입장은 달랐다. 박 위원장이 자신의 SNS 계정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글을 남기면서 불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의대 증원 철회나 정원을 조정하는 등 의료개혁 문제를 두고 양측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아무런 소득 없이 빈손으로 끝난 대화에 의정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전히 의료계에선 ‘원점 재논의’를 하지 않는다면 대화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가운데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유연하게 처분하겠다던 정부도 다시 강경모드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어서다.
의정 갈등을 지켜보는 환자들은 의료공백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되는 만큼 이를 지켜보는 국민과 환자의 피로감 역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4일 기준 상급종합병원의 입원환자는 2만3239명으로 지난주 평균 대비 5.7% 증가했다.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전체 종합병원의 입원환자는 지난주 평균 대비 3.7% 증가한 8만8911명으로 집계됐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산부인과, 안과 등 일부 중증응급질환에 대한 진료제한 메시지를 표출한 기관은 15개소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대통령, 총리, 장관에 이르기까지 의료계와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정부는 유연하고 포용적이면서도 원칙을 지키는 흔들림 없는 자세로 의료개혁을 추진해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