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계약 연애가 가져다준 뜻밖의 선물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입력 2024.04.12 14:01 수정 2024.04.12 14:01        데스크 (desk@dailian.co.kr)

넷플릭스 영화 ‘ 노 하드 필링스’

MPTI가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사람의 유형을 16가지로 나누어 한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인데 최근에는 ‘애착유형이론’이 제2의 MPTI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것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먼저 표현하고 상대방과 맞추려는 시도를 한다. 이렇게 되면 나 자신은 물론 연인, 배우자, 절친, 자녀, 주변 사람까지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관계를 맺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영향받기 마련이다. 상대방을 통해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치유될 수도 있다. 영화 ‘노 하드 필링스’(No Hard Feelings)는 무일푼 여성이 대학진학을 앞둔 청년과 계약 연애라는 관계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깊은 만남은 사절, 가벼운 연애만 지속하는 32세 매디(제니퍼 로랜스 분)는 우버택시와 식당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간다. 어머니가 남기고 간 유일한 재산 집을 지키기 위해 세금 낼 돈이 필요했던 매디는 젊은 남자와 연애하는 황당한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부유한 집안의 퍼시 부모는 아들(앤드류 바사 펄드먼 분)이 프린스턴 대학으로 진학하기 전에 연애를 시켜주기 위해 매디를 고용한다. 매디는 퍼시는 만나 연애를 시도하지만, 부모의 집착과 마마보이라는 편견으로 자존감이 낮아진 퍼시를 유혹하기는 쉽지 않다. 비록 계약관계로 만남을 시작했지만, 둘은 상대방의 감춰진 상처를 이해하면서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게 된다.


영화는 부모의 역할을 일깨워 준다. 사람이 성장하는 데 있어 부모의 역할은 중요하다. 부모의 사랑 정도에 따라 인격 형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부족해도, 지나쳐도 안정된 사람으로 성장하기 힘들다. 영화 속 매디는 아버지의 불륜으로 태어난 자녀로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유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깊은 관계의 만남은 거절한다. 반면 퍼시는 자녀의 모든 활동을 간섭하고 개입하는 헬리콥터 부모를 두고 있다. 지나친 과잉보호로 자존감은 떨어지고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공허함을 느낀다. 영화는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서로 상반되는 매디와 퍼시를 통해 조명한다.


사랑이 지닌 위대한 힘도 보여준다.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플롯 구조는 연애를 테마로 초면에 인상이 나빴던 서로가 점차 호감을 갖게 되면서 사랑이 싹트는 해피엔딩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영화 ‘노 하드 필링스’는 나이, 성격, 환경 등 서로 다른 남녀가 사랑을 통해 성장해 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매디가 여러 남자를 만나면서 애인과의 깊은 관계를 회피하는 이유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간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퍼시 또한 부모의 지나친 애정으로 여자친구를 만나고 사귀는 것을 기피한다.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은 비록 계약으로 만나게 됐지만, 서로를 알게 된 후 좋은 친구가 되어 상처를 치유한다. 영화는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조금은 빗겨났지만, 사랑은 성인들의 마음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소 밋밋한 서사는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로 부족함을 메운다. 영화는 공개 전부터 제니퍼 로렌스의 알몸 연기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그러나 정작 알몸 노출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에서 등장하는데 바로 코믹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다. 그는 ‘헝거게임’ ‘엑스맨: 아포칼립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등에 출연하며 20년 가까운 연기력을 쌓았지만,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출연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번 작품에서 가벼운 연애를 즐기는 매디 역으로 출연해 과감한 노출 장면은 물론 코믹한 연기 변신을 보여주며 다소 부족한 서사에 극의 재미를 한껏 올려놓았다.


우리는 지금 서로를 향해 화를 내는 분노사회에 살고 있다. 분노사회에서 불행한 삶을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랑하는 것이다.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사랑, 그리고 친구와 이성 간의 사랑은 모두 우리 마음을 풍요롭게 그리고 행복하게 만든다. 지금은 상대방에 대한 분노를 키우는 것보다는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영화 ‘노 하드 필링스’는 사랑으로 서로를 이해하면 상처도 치유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한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