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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심판론에 묻힌 '범야권 청렴성'…22대 국회, '정치 혐오' 심화된다


입력 2024.04.13 08:00 수정 2024.04.13 08:00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민주당·조국혁신당 '187석' 완승

국민의힘, 21대 총선 이어 참패

후보 도덕성 덮은 '정권심판론'

"제대로 된 인물 국회 입성 못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2대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 심판론을 내걸었던 범야권이 200석에 달하는 압승을 거두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다만 총선 기간 중 야권에 불거진 사법 리스크와 각종 의혹, 망언 등 일부 당선인의 도덕성 문제는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국민이 22대 국회 후보자 판단 기준으로 '도덕성'을 우선 순위에 꼽았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여론의 혐오감까지 지난 국회보다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지역구 161석)은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14석)을 합쳐 4·10 총선에서 모두 175석을 석권했다. 여기에 제3지대 조국혁신당도 비례 12석을 얻었다. 윤석열 정권 심판론에 결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범야권 총 의석수는 187석인 셈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108석을 얻어 '개헌 저지선'만 겨우 사수했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내놓는 정책에 힘이 실리기는커녕 야권의 반대로 국회에서 번번히 갈등만 빚어질 게 자명하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마당에 여당 수장 공백도 부담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0일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총선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총선 정국 전후로 여당의 패배는 공공연히 예상됐지만, 이같은 '참패'를 예상하는 시각은 드물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권 심판론이 강했지만, 못해도 지역구에서 100석은 예상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면서 "그간 민주당에 퍼진 사법리스크와 22대 총선 후보자 일부 개인의 도덕성 논란이 팽배했던 만큼 해볼만한 승부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결과는 180도 달랐다"고 말했다.


실제 범야권 당선인 중 개인의 도덕성에 논란이 제기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시작으로 △양문석 민주당 안산갑(이하 민주당 생략) △김준혁 수원정 △추미애 하남갑 당선인 등이 거론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당장 이재명 대표만해도 현재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과 공직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선 선거법 및 위증교사의 경우 올해 안에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본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안산갑에 출마한 양문석 후보가 10일 오후 경기 안산시 선거사무소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양문석 안산갑 당선인은 지난달 말부터 대학생 딸 명의로 사업자 대출(11억원)을 받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 구매 자금을 저금리로 대환하는데 활용했다는 '편법대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에 대한 현장감사 결과 불법 소지도 일부 제기돼 양 당선인의 딸과 대출모집인 등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편법대출을 시인하면서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사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선 첫 일성으로 "언론개혁"을 말하기도 했다.


역사학자 출신으로 경기 수원정에 당선된 김준혁 당선인은 '김활란 여사(이화여대 초대 총장) 비하 및 이대생 미군 성상납'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군 위안부 성관계 가능성' '유치원 교육선각자 친일파 모욕' '퇴계 이황 선생 성관계' 등 막말 파문의 중심에 섰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023년 7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김건희 특검' 7월 전국집중 촛불행동에서 참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아울러 무연고 경기 하남갑에서 당선된 추미애 당선인은 4년 전 법무부 장관 당시 아들 서모씨의 군 복무 시절 특혜휴가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검찰이 서씨의 의혹을 재수사 중인 가운데 서씨는 지난해 말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씨에 대해 입국 시 통보 조치를 내렸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추 전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군무이탈 방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에 추 당선인은 페이스북에 "아들은 자신이 국내에서는 자리 잡기가 힘들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하반기 외국의 학교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고 입학을 준비하고 있었고 입학을 위해 연말에 출국한 것"이라며 "아들이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고도 외국으로 나갔다고 이야기하는데 아들은 소환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 1월 18일 부산 피습현장 당시에 있던 기자들과 국회에서 가진 차담회에서 '어떤 사람을 영입하면 좋겠느냐'라고 역질문을 했다. 이에 취재진으로부터 "도덕적 결함 없는 클린한 인사"라는 답이 나오자 이 대표는 "클린하면 아무것도 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비례대표 후보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선거 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조국혁신당도 마찬가지다. 당대표이자 비례대표 순번 2번으로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조국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혐의 등의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최종심인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법리적 위반이 있는지 따져 보는 법률심이기 때문에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적다. 만약 형이 확정되면 조 대표는 형기를 마치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다만 한때 대법관 후보자 물망에 오르내렸던 신평 변호사는 전날 불교방송라디오 '아침저널'에서 "조 대표가 총선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았는데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해서 교도소로 보낸다고 하면 이것은 조금 어색한 것"이라며 "대법원이 골치 아픈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도로 상고 이유 중에 작은 것이라도 하나 잡아서 파기환송을 한다면 최종적인 판단을 다시 받기까지 또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조국혁신당에 입당한 황운하 의원. ⓒ뉴시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고 민주당을 탈당한 황운하 의원은 조국혁신당에서 비례 8번을 받아 재선이 확정됐다. 조 대표와 마찬가지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뉴시스

비례 1번인 박은정 당선인의 경우, 배우자가 변호사 개업 후 1년 만에 재산 40억원이 늘어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박 당선인은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감찰'로 공수처 수사를 받던 중 지난 2월 해임됐는데, 검찰에서 해임되기 직전인 21개월 동안 휴직 등으로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도 1억원을 급여로 받은 것으로 알려져 지탄을 샀다.


이외 음주 운전 1회, 무면허 운전 3회로 600만원 벌금형 전과가 있는 신장식(4번),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때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던 서왕진(12번) 당선인 등 다수가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통 신호등이 일제히 빨간불을 가리키고 있다. ⓒ데일리안 DB

정치권 안팎에선 윤석열 정권 심판이란 바람이 각종 논란을 빚은 야권 후보들을 미풍에 그치게 했단 지적과 함께 21대보다 22대 국회가 국민적 정치 혐오감을 더 키울 거란 우려의 전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된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며 "지난 대선에서 지지자들이 윤 검찰총장의 정치적 능력을 보고 선택했는가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그저 이재명(당시 대선후보)과 진보 세력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선거판이 난잡해지고 여론의 정치 혐오감이 일어날 때 국민은 '묻지마 선거'를 하게 된다"며 "정권 심판이란 바람이 논란의 후보들을 미풍에 그치게 만들었고, 결국 제대로 된 인물들이 정치권에 입성을 못하게 된 결과를 낳아 여론의 '정치 혐오'가 더 심화되는 그야말로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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