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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백서 ③] 김재섭은 정권심판론의 파고를 어떻게 넘었나


입력 2024.04.16 07:00 수정 2024.04.16 07:00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중앙정치와 거리두고 지역 현안 집중

네거티브 자제로 '여야 전선 흐리기'

홀로 다니며 유권자와 스킨십 강화

초중고생 위한 공약까지…빈틈 공략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선인이 지역의 여고생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데일리안

22대 총선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정권심판'이었다.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불만이 쌓이는 것은 정권의 숙명인데, 적시에 해소하지 못하고 누적됐던 게 총선을 계기로 폭발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인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정권을 향한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서울 도봉갑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더구나 도봉갑은 보수정당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18대 총선을 제외하면 지난 28년 중 24년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정도로 야세가 강한 곳이다. 윤석열 정부를 향한 민심은 따가웠고, 안귀령 민주당 후보는 여기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심판론을 띄우며 기세를 올렸다.


이에 대응하는 김재섭 국민의힘 당선인의 전략은 자신의 강점에 집중한 '일꾼론'이었다. 지난 4년 동안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의 민원을 줄줄 꿰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대책까지 알아보고 마련해뒀던 그다. 지역 공약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전략공천으로 이제 막 도봉갑에 온 상대 후보와 차별성을 두는 동시에, 중앙정치 이슈가 선거판을 휩쓰는 것을 최대한 막는 게 핵심이었다.


이 과정에서 상대 후보와 각을 세우는 것은 최대한 자제했다.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이·조 심판' 같은 역심판론을 띄우며 여야 전선을 강화하는 것은 패배를 자초하는 길이 분명했다. 김 당선인은 '역심판론'과 철저하게 거리를 뒀고, 야당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도 거의 하지 않으며 여야 간 전선을 흐리게 만들었다.


험지 개척의 교과서와 같은 전략에 김 당선인의 개인기가 더해져 시너지를 냈다. 김 당선인은 야인 시절 각종 시사 방송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였으며, 필요할 때에는 정부와 당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었다. 이번 총선 기간 김 당선인은 당의 상징색이 빨간색이 아닌 흰색 선거운동복을 애용했는데, 이런 점들이 모여 심판론의 기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지역에 거주 중인 한 청년과 반갑게 인사하는 김재섭 당선인 ⓒ데일리안

유권자와의 스킨십 역시 김 당선인의 강점이었다. 같은 동네 주민으로서 어르신들에게는 아들처럼, 동년배들에게는 친구처럼, 후배들에게는 형처럼 다가갔다.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세를 과시하는 여느 후보들과 달리 김 당선인은 홀로 야광 점퍼를 입고 지역을 누볐는데, 주민들이 먼저 말을 거는 등 거리감을 좁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다른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도 김 당선인의 진정성에는 공감할 정도였다. 본투표를 앞두고 있던 지난 8일 창동역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은 "이미 사전투표에서 1번 후보를 찍었다"면서도 "여기에서는 김재섭이 당선되는 게 맞긴 한데…"라며 말 끝을 흐렸었다. 주변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의 한 전략통은 "우리가 특정 제품을 점찍어두고 백화점을 갔다가 다른 물건들을 사는 것처럼 마지막 선택의 시점에는 감성적 측면이 강하게 작용한다"며 "민주당 지지층 중에서 '김재섭은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고, 이들 중 일부는 투표 직전 마음을 바꿔 김재섭을 찍은 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맞춤형 공약도 김 당선인의 토박이 서사와 잘 어우러져 큰 효과를 봤다. 지역 내 학교 잔디 운동장 건립 공약이 대표적이다. 학생들 사이 SNS를 통해 공약이 퍼졌고, 김 당선인의 SNS에는 '재섭이 형'으로 시작하는 당선 기원 메시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팔로워 중 3000여명이 초중고생일 정도로 김 당선인은 10대에서 인기인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선인 SNS ⓒ데일리안

곽대중 개혁신당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오롯이 '지역'에만 집중하는 선거 캠페인이 쉬울 것 같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며 "어떤 후보든 총선을 앞두고 지난 선거를 분석하며 '지역 이슈에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전국적인 선거판이 펼쳐지고 특정 구도가 형성되면 그에 쉽게 올라타려 한다"고 했다.


이어 김 당선인의 '학교 운동장에 잔디 깔아줄 형아'라는 쇼츠 영상이 학생들에게 널리 퍼진 일화를 언급하며 "투표권도 없는 초중딩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의아하겠지만 '엄마·아빠, 나는 이 후보가 좋아요!'라는 초중딩의 설득은 의외로 효과가 크다"면서 "김재섭은 그런 빈 공간도 영리하게 공략했다"고 분석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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