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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 받으면 중국 이익 커지나


입력 2024.04.20 07:07 수정 2024.04.20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얼마 전 큰 화제 속에 푸바오가 중국으로 갔다. 푸바오가 떠나는 날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천여 명의 환송객이 운집했고 그중엔 우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푸바오를 직접 보는 것도 아니고 푸바오가 탄 트럭만, 그것도 잠깐 동안만 볼 수 있다고 사전에 공지됐음에도 인파가 몰린 것이다. 이 특별한 광경에 미국의 외신까지 관심을 보였고 중국에서도 큰 관심이 나타났다.


아마도 역대 판다의 송환 중에 가장 큰 이슈였을 것이다. 지난해 총 17마리의 판다가 중국으로 갔는데 대부분 큰 화제가 되지 않았다. 일본의 샹샹만 일본에서 관심을 모았다. 샹샹이 떠나는 날 관람객 2600명이 1~2분 정도만 볼 수 있었는데, 그 관람객이 되기 위해 6만여 명이 응모했다고 한다. 이번 달에 있었던 귀환 1주년엔 일본 제작진이 중국의 판다기지를 찾아 샹샹 온라인 만남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별 관심이 없었다.


푸바오 열기가 특별한 것은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모든 송환 판다 중에 오직 푸바오만 국제적 화제의 주인공이 되었다.


한국에서 푸바오가 사랑 받은 것은 유튜브 동영상의 영향이 컸다. 에버랜드 측에서 푸바오가 태어났을 때부터 푸바오의 모습을 공개했다. 원래는 어린이 관람객을 겨냥한 마케팅이었지만 뜻하지 않게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터졌다. 코로나19로 인해 단절되고 침체된 사회분위기 속에서 푸바오의 영상을 보며 위안 받은 것이다.


특히 푸바오와 강철원 사육사 사이의 관계가 따스함을 전해줬다. 푸바오가 강 사육사의 팔이나 발에 매달리는 모습에 많은 이들의 심장이 녹아내렸다. 우리가 판다에 대해 기대하는 귀여운 모습이 있다. 하지만 실제 판다를 보면 그렇게 귀여운 행동을 할 때가 거의 없다. 그런데 푸바오는 영상 속에서 미끄럼 타고, 앞구르기하고, 재롱 피는 등 우리 기대 속 ‘귀여운 판다’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래서 열풍이 폭발한 것이다.


중국도 비슷하다. 한국에서 인기를 모았던 그 영상들이 중국에서도 전파됐다. 중국인들도 그 영상을 보며 똑같이 귀여움을 느꼈고 위로 받았다. 중국인들은 판다를 아주 특별하게 여기는데, 그런 판다가 한국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니까 중국인들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


또 푸바오는 중국에서도 일반인이 거의 실시간으로 출생부터 성장과정까지 지켜본 유일한 판다라고 한다. 그래서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푸바오에 대한 애착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국제적 사랑을 받다보니 푸바오의 중국 송환도 큰 이슈가 되었는데, 이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한국의 푸바오 팬들이야 당연히 푸바오 송환에 부정적이었는데, 중국의 푸바오 팬들도 부정적이라는 게 특이하다. 푸바오가 낯선 곳으로 강제 이동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는 게 이유였다. 푸바오를 한국에서 강 사육사와 함께 지내도록 그대로 두라는 여론이 중국에서도 나타났다.


이렇게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하며 중국의 판다외교도 회자됐다. 원래 중국은 다른 나라에 우호의 표시로 판다를 선물했었다. 멀게는 당나라 측천무후가 일본에 판다를 보냈다는 설이 있고, 직접적으론 1941년 장제스 국민당 정부 주석의 부인 쑹메이링 여사가 미국에 판다를 선물한 것이 판다외교의 효시다. 중국 공산화 이후 맥이 끊겼다가 1972년 미중 관계개선이 이루어지며 마오쩌둥 주석이 미국에 판다를 선물했다. 이게 반응이 좋자 판다외교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각국의 판다 요청이 빗발치자 멸종위기종인 판다가 사라질 것을 우려한 중국 당국이 조건을 바꿨다. 1991년부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으로 한 쌍 1년 대여료 100만 달러, 중국 밖에서 출생한 판다의 4년 내 중국 송환 등의 규칙이 적용됐다.


이런 저런 사정이 있긴 하지만 이번 푸바오 이슈를 통해 대중들에게 인식된 건 한 마디로 중국이 판다를 선물한다고 하면서 돈을 받고 있고, 아기 판다들을 중국으로 데려가 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을 확신시키는 판다외교가 과연 중국에게 도움이 될까?


대여료를 받는다고 특별히 판다의 멸종위기 상황이 나아지진 않을 것이다. 그 정도의 돈이 중국의 재정에 대단한 보탬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대신에 중국이 선물을 준다고 하면서 사실은 빌려주는 것이고 그걸로 돈까지 챙기는 ‘째째한’ 나라라는 인식만 만들고 있다. 이런 국가 이미지 실추 피해가 대여료 수익보다 훨씬 클 것이다.


아기 판다들을 강제로 중국으로 송환시키는 것은 이번에 중국 누리꾼들마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처럼 누가 봐도 안타까워 할 일이다. 동물이 무슨 죄가 있어 정든 삶터를 떠나야 한단 말인가? 꼭 송환시켜야 한다면 ‘짝짓기를 위해서 간다’는 식으로 보다 설득력 있는 명분을 내걸어야지, 무조건 대여 조건이라서 보내야 한다는 식이면 반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대여’라는 부분이 중국에 대해 뭔가 대국 같지 않다는 인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줬다 뺏는 느낌이다. 이렇게 자국 이미지에 부정적인 정책을 외교라고 할 수 있을까? ‘째째하고 고압적’이라는 느낌을 만드는 판다외교에 대해 중국 당국의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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