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의료개혁 정책 방향 옳다" 증원 필요성 공감했지만
이재명, 尹에게 "민주당이 제안드렸던 국회 특위로" 강조
의료개혁에 관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방법론에서 견해 차이가 확연했다. 의대 증원에 대한 원론적 동의만 있었을 뿐, 자기 주도로 논의를 풀겠다는 샅바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전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영수회담을 갖고 국정 의제를 논의했다. 둘은 대부분 사안에서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지만, 유일하게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총론적·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 한 부분은 있었다"면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의료개혁이 시급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고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의료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사실 성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 관계자 "尹-李, 주도권부터 동상이몽인데…"
의료계 '증원 전면 백지화' 입장 고수에 '난항 전망'
다만 큰 맥락의 의견 합치만 이뤘을 뿐 의료 개혁 논의를 주도하는 '캠프' 결정부터 이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영수회담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우리 민주당이 제안드렸던 국회 공론화 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고 주체를 야당으로 강조했다.
정부가 지난 25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킨 상황에서 민주당이 구성하는 '4자 협의체'를 다시 제안한 셈이다. 이 대표는 총선 전 의대 증원과 관련 "의료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수용가능한 적정 증원 규모는 400∼500명 선이라고 한다"며 정부와는 다른 안을 내놓은 적도 있다.
여당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부는 애초 민주당이 국회 공론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의료개혁 이슈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전에 특위 구성을 서둘렀다"며 "이 대표의 제안대로 협의체가 구성되면 세부적으로 동상이몽의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출범시킨 특위는 결론을 안에서 내지 않는 '사회적 협의체'로, 의료계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합의한 통일안을 토대로 정부가 결정한다. 반면 민주당이 제안한 국회 공론화 특위는 정당이 참여하고, 결정을 내린 상태에서 정부의 수용만 거치는 게 다르다.
앞서 더불어민주연합 의료개혁특위는 기자회견에서 "결정한 합의를 정부는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 측은 자칫 의료개혁 문제가 진영간 대결 양상으로 격화될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의정 갈등 돌파구는 갈수록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애초 2000명으로 못박았던 대학별 의대 증원분을 '최대 절반'까지 감축하는 방안을 허용하며 한발 물러섰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증원 전면 백지화'가 아닌 조정안은 절대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첫 회담에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는 소식에 "당사자 빼고 딜(deal)"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