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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 의지 거듭 강조에도…거대 야당 호응 여부는 미지수 [尹 2년, 앞으로 3년 ⑥]


입력 2024.05.10 05:00 수정 2024.05.10 05:00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尹 "어떤 정치인과도 선 안 긋고 늘 소통"

대야 관계 전향적 변화 의지 드러냈지만

채상병 특검법 등서 野와 다른 인식 보여

野 탄핵 언급하며 압박…대치 정국 관측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을 마친 뒤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야(對野) 관계의 전향적 변화 의지를 드러냈지만, 협치의 영역이 확장될 여지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윤 대통령이 야당의 주요 의제인 '채상병 특검법' 등에 대해 여전히 인식을 달리하면서다. 야당이 대통령 탄핵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대치 정국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은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과 협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협치라고 하는 것이 한술밥에 배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협치를 한다고 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났지만 하루아침에 분위기가 확 바뀌고 협치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도 "끈기·인내, 서로에 대한 진정성·신뢰·대화·성의 이런 것들을 먹고 사는 것이 협치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서로가 국민을 위한 협치를 위해서 노력하는 자세, 또 절대 이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과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고, 특히 언론·정치권과의 소통을 더 열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어떤 정치인과도 선을 긋거나 하지 않고 늘 소통을 열어놓겠다"라고 답했다.


이달 말 개원을 앞둔 22대 국회가 윤석열 정부 출범 때와 같은 '여소야대' 구도로 형성됐지만, 정부 출범 2년 후의 결과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 기조에 전면적 변화를 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석열 정부 지난 2년 간은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의 대화가 단절되고 정면대결만이 펼쳐졌던 시기였다. 이 대표는 2022년 8·28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취임 일성에서부터 윤 대통령을 향해 '영수회담'을 요구했으나 윤 대통령은 집권 2년 내내 이같은 요구를 묵살해왔다.


총선 참패에는 이같은 경직된 대야 관계도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속출했다. 총선 직후 윤 대통령도 이 대표와의 회동을 말린 참모를 오랫동안 신임해 후회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총선 참패 직후 영수회담 자리가 속전속결로 마련됐고, 이후 여야가 장기간 신경전을 벌였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합의 처리됐다. 윤 대통령은 전날 서울대병원 입원 예정인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건강을 염려하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 기자회견에 따른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렇듯 협치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다시 정국은 냉랭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 방침을 재확인했고,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정치공세'라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이후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한다며, 탄핵을 염두에 둔 발언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특히 총선 공약인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처분적 법률 검토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직후 긴급 입장 발표를 통해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지켜봤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며 "총선 결과에 대한 성찰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국민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몹시 실망스러운 회견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책임져야할 사안은 국회로 떠넘기고 본인이 책임져야할 사안은 회피했다"며 "국민의 요구를 담은 민주당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요청과 채해병 특검법에 대해선 제대로 된 언급조차 피하면서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런저런 토 달지 말고 채해병 특검법을 전면 수용해야 한다. 만일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후 발생할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이 져야 할 일"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도 권력의 편이 아니라 국민의 편에 서 달라"고 촉구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국정 기조 쇄신을 바랐던 국민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렸다"며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에서 수사를 할 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 것은 정치공세라며, 김 여사가 불가침의 성역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순직한 해병대원에 대한 특검법조차 이미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인 수사기관의 수사를 믿고 지켜보자는 말로 국민을 허탈하게 했다"고 말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서 "회견에 기대하지 않았기에 실망할 것도 없다. '벌거벗은 임금님' 치하에서 3년을 버텨야 하는 국민들의 삶이 걱정될 뿐"이라며 "'3년은 너무 길다'는 민심에 화답하겠다. 물가도 못잡고, 민생 회복 대책도 없는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조기종식의 길을 찾겠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사항에 대해선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라며 "야당과 소통하겠다고도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내용이 전혀 없었다. 국정 기조를 변화하겠다는 진정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혹평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MBC라디오에서 "박 원내대표가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면 자신들이 정해놓은 스케줄대로 의회에서 여러 일들을 추진할 것 같다"며 "이 대표가 병원에 입원한다고 (윤 대통령이) 전화도 하면서 '영수 간에는 호의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거 아니냐'는 판단도 할 수 있지만 야당으로서는 좀 더 강하게 지지자들이 원하는 일들을 이번에 해내고 싶어해 일방적인 의회에서 독주가 예상된다. 협치는 없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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