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발만 4개, 김건희·한동훈 정조준에
채상병·대북송금 檢수사 관련도 발의 돼
與 일각, '김정숙 특검' 카드로 대응키도
7일 기준 22대 국회가 개원 9일 차를 맞이한 가운데 접수된 법안 중 특별검사(특검)법이 벌써 5개에 달하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왔다 폐기된 '채상병 특검법'으로 마무리된 데 이어, 22대에서도 여야가 정쟁만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이 중 야권 발(發) 특검만 4개가 발의되는 등 대여 특검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당론 차원은 아니지만, '맞불성' 특검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타지마할 방문과 관련한 의혹 등을 조준해 '김정숙 특검'을 꺼내 들었다. 여야가 '특검 대치'를 이어가면서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민생과 협치가 실종되고 '강 대 강 대치'의 탈출구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6일 오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22대 국회 개원 후 접수된 법률안 등 의안으로 총 183건이 올라온 가운데, 개원 첫날인 지난달 30일에만 두 건의 의안이 올라왔다.
순차적으로 조국혁신당의 1호 당론 법안인 한동훈 특검(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검사·법무부 장관 재직 시 비위의혹 및 자녀 논문대필 등 가족 비위 의혹 진상규명 특검), 더불어민주당의 1호 당론 법안인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 특검)이 발의됐다.
우선 민주당이 국회 개원 이후 발의한 특검 법안은 채상병 특검을 포함해 총 3개다.
민주당은 개원과 동시에 수사 범위를 확대한 새로운 '채상병 특검법'을 제출했다. 특검 범위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까지 포함됐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조속히 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국회가 할 일을 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직접 해병대원 순직에 개입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원 구성을 지체할수록 해병대원 특검법 통과가 늦어지지 않겠느냐"라고 물었다.
민주당에선 '김건희 여사 종합 특검법' 등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을 재추진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대북송금 사건 등에 대한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 등에 대한 특검도 발의됐다.
지난달 31일 발의된 김건희 종합 특검법(대통령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의혹 등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역시 대통령 거부권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기존 법안을 한층 보강했다. 법안은 기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더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명품가방 수수 의혹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건희 종합 특검법은 '반윤 검사' 출신으로 불리는 이성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이 의원은 관련 기자회견 당시 "최장 6개월 안에 100여 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 신속히 수사하도록 했다"고 부연한 바 있다. 아직 민주당 차원의 당론까지는 채택되지 않았다.
이달 3일 발의된 대북송금 특검(김성태 대북송금 사건 관련 이화영· 김성태에 대한 검찰의 허위진술 강요 등 진상규명 특검)은 당 정치검찰 사건 조작 특별대책단 차원에서 제출한 법안이다. 해당 특검의 대표발의자 역시 특별대책단에 참여하고 있는 이성윤 의원이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쌍방울이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 등을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대표를 표적 수사하면서 '이재명 대표 죽이기'에 나섰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검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대북송금 사건과 대북송금 관련 주가조작 등에 대한 부실수사 의혹,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해 비정상적인 횟수로 소환해 조사하고 그 과정에서 주류를 반입하는 등 진술을 강요하며 회유했단 의혹 등을 특검 범위에 포함했다.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특검'과 관련 고발사주 의혹과 과거 검찰총장을 지낸 윤석열 대통령의 징계 취소 소송 항소심 고의 패소 의혹, 자녀 논문 대필 의혹,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 요청 시 피의사실 공표와 공무상 비밀 누설 의혹,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시행령 등으로 무리하게 확대해 국회의 입법 취지를 형해화 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혁신당은 민주당 등 야권과 협력해 한동훈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정춘생 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입법 원칙과 방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발의한 법안에 대해서는 온전히 책임지겠다"며 "발의만 해놓고 방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철 의지를 보였다.
혁신당은 22대 국회에서 양적 경쟁보다는 한동훈 특검을 포함한 '3특검' '3국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으로, 3개 특검 대상에는 채상병 특검과 김건희 여사 종합 특검도 포함된다. 민주당과는 별개로 혁신당 차원의 발의를 할 전망으로, 이외에 라인 사태와 새만금 잼버리 사태 등에 대해선 국정조사를 통해 여당을 압박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여권에서 꺼내든 특검 법안은 아직까진 '김정숙 특검'이 유일하다.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 특혜 의혹이 일파만파함에 따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김정숙 특검(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정숙의 호화 외유성 순방, 특수활동비 유용 및 직권남용 의혹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엔 의상 및 장신구 등 사치품 구매 관련 특수활동비 사용 및 국정원 대납 의혹과 단골 디자이너 딸의 부정채용 비위와 특수활동비 처리 의혹, 샤넬 대여 의상을 개인 소장한 횡령 의혹, 청와대 경호처 공무원을 통한 수영강습 관련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의혹 등을 특검 도입을 통해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윤 의원이 발의한대로 '특검'을 통해 김 여사에 대한 의혹을 다뤄야할지를 놓곤 여권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성일종 사무총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모든 걸 특검으로 가면 검찰이 필요 없다. 경찰도 필요 없고 공수처가 필요 없다"며 "바로 특검을 간다고 하면 민주당이 가자고 하는 논리하고 똑같은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22대 국회에서도 특검 정국이 계속됨에 따라 국민적인 피로감을 자아낼 수 있다는 우려부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거야의 의석 우위를 통한 입법 폭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이에 따른 재표결 △재표결에서 여당이 단일대오로 맞서며 법안을 부결·폐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미 3건의 특검 법안을 제출한 민주당은 지난 국회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왔다 최종 폐기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도 재추진해 처리한단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특검 대치 전선이 너무 넓게 펼쳐있는 데다, 일각에선 채상병 특검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이에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에 있어서는 당장의 재발의보단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1호 법안' 채상병 특검법 관철을 위해서 오는 8일 호남에서 장외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은 전북 지역 국회의원과 해병대 단체, 전북도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윤석열 정권 규탄 및 해병대원 특검법 관철을 위한 전북도민 대회'를 열고 여론전에 나선다. 민주당은 채상병의 고향인 남원이 있는 전북을 시작으로 권역별 범국민대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