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
"野, 입법 강행 중단하고
與 이사진 선임 중단하라"
우원식 국회의장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향해 '방송4법' 입법 강행 추진을 중단하고, 법안을 원점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동시에 여당에는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일정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또 여야 간 방송4법 협의를 위한 범국민 협의체 구성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자고도 제안했다.
17일 오후 우 의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대치로 정국 경색이 계속됨에 따라 '방송4법'을 고리로 한 중재에 나섰다.
우 의장은 "여당은 대통령과 정부의 권한으로 밀어붙이고 야당은 숫자로 밀어붙이는 이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여야 정당, 국민 여러분께 제안한다"며 "여야 모두 방송법을 둘러싼 극한 대립에서 한발씩 물러나 잠시 냉각기를 갖고 정말로 합리적인 공영방송 제도를 설계해 보자"고 했다.
방송4법은 △KBS·MBC·EBS 이사 숫자를 늘리고 시민단체 등 외부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방송 3법'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말한다. 특히 방송3법은 각 정치 진영의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에 대한 '주도권'이 걸려있는 영역이라 방통위를 넘어 국회 파행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방송3법은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뿐만 아니라 야당은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대여·대정부 압박을 이어왔다. 당초 김홍일 전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이달 2일 본회의에서 보고되고, 3일 또는 4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었으나 김 전 위원장이 자진사퇴하면서 무산됐다.
이날 이와 관련해 우원식 의장은 "야당에 요청한다. 방송4법에 대한 입법 강행을 중단하고, 여당과 원점에서 법안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방통위원장 탄핵 소추 논의도 중단하기 바란다"고 했다.
정부·여당을 향해선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일정을 중단하기 바란다"며 "방통위의 파행적 운영을 즉각 멈추고, 정상화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범국민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며 "여야 정당, 시민사회, 언론 종사자와 언론학자 등이 고루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두 달 정도의 시한을 정해 결론을 도출해보자. 끝장토론·밤샘토론이라도 해보자"고 제시했다.
우 의장이 이에 대한 답변 기한을 '최소 일주일'로 제시하면서 오는 18일 본회의 개의는 사실상 무산됐다. 민주당은 18일과 25일 본회의를 열어 방송4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주장해왔는데, 국민의힘은 이에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단 예고를 한 상태다. 야당의 방송4법 강행처리 계획에 우 의장이 제동을 놓은 격이라 25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방송4법이 상정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이어진 취재진 질의응답에서 우 의장은 여야 간 이견을 보이는 사안들 중 특히 '방송법'에 대한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배경에 대해선 "방송법은 너무 오래된 현안이고 계속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방통위원장 선임과 탄핵, 사퇴로 지난 13개월동안 직무대행을 포함해 위원장이 7번 교체됐다. 이게 민주적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라고 개탄했다.
이어 "이렇게 성과를 내게 되면 다른 것도 해볼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방송법이 우선 가장 긴박하고 갈등이 계속 양산돼온 것이기에 방송법부터 문제를 풀어보자고 (여야에)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의장은 "18일 안건은 방송법, 사도광산(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철회 촉구) 이런 것 밖에 없어서 이렇게 제안을 했으니 최소한 일주일은 답변을 기다릴 생각"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이 부분에 대해서 정부·여당, 야당이 다 수용해서 내가 제시한 두 달 동안 논의에 들어가면 (방송법을) 안건으로 올리지 않을테고,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상황을 보고 국회의장이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내용이 정국 중재안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는 중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자회견 직후 "국회의장이 '나는 이렇게까지 (협치 노력은)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진행 중인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중단하라는 요구인데, (여당에서 봤을 때는) 이것을 정국 중재안으로 볼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