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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에 진심인 니카라과…가공품 개발로 농가 소득 쑥쑥 [新농사직썰-케이팜⑨]


입력 2024.08.08 06:30 수정 2024.08.08 06:30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니카라과 정부, 전략작물로 참깨 추진

참깨 쿠키 등 학교 급식에 보급

농진청, 신품종으로 자급률 높이는데 집중


코피아 니카라과 센터에서 현지 농가를 대상으로 참깨 품종 교육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2023년 출발한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1과 시즌2가 국내 농업기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즌3는 해외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 농업기술’이 핵심이다. 시즌3 부제는 ‘케이팜(K-Farm)’이다. 한류 문화를 이끌고 있는 ‘케이팝(K-Pop)’과 같이 세계의 척박한 땅에서 우리 농업기술을 전수하는 이들의 눈부신 ‘농업외교’ 성과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몇 년 전 예능프로그램에서 배우 성동일씨의 요리 레시피에 유독 눈길이 갔다. 성동일씨의 요리에는 마무리 단계에 항상 참깨가 뿌려졌다. 참깨는 효능도 좋지만 음식을 더욱 맛깔나게 만들어주는 재주가 있다. 최근에는 참깨를 이용한 각종 가공품 개발이 한창이다. 라면에도 참깨가 들어갈 정도니 우리 국민의 참깨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난다. 이런 우리나라 참깨 기술이 지구 반대편 중미 국가인 니카라과에도 전수되고 있다. 니카라과 농민들이 참깨 재배로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참깨는 단순히 맛을 더해주는 것 이상의 비밀이 있다. 단백질과 식이섬유,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건강한 식재료 뿐만 아니라 신체 영양 밸런스를 맞추는데도 탁월하다.


중미 국가에서는 참깨 재배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러나 재배 후 생산과정의 어려움과 2차 가공의 부재 등으로 참깨 수익성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이하 코피아) 일환으로 중미에 새로운 소득 작물로 ‘참깨’를 내세우게 된 것이다.


니카라과 참깨 농가들은 코피아 니카라과 센터에서 보급하는 참깨 품종에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교육에 참석한 한 농민이 교육 책자를 살펴보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재배 환경에 최적화…니카라과 농민들 관심 폭발


지난해 10월 코피아 니카라과 센터에는 30여 명의 농민들이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었다. 코피아에서 5년 간 연구・개발한 참깨 신품종 소개와 참깨 가공품 시연・시식을 하는 자리였다.


코피아 니카라과 센터는 지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내병성과 가공성이 우수한 참깨 품종을 개발했다. 참깨는 니카라과 서북부 소농들의 중요한 소득물이다. 참깨는 최근 니카라과에서 수출 품목 중 하나다. 그만큼 건강한 참깨는 니카라과 농가의 수익원과 직결된다.


박호기 전 코피아 니카라과 센터장은 “깨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기술 개발 보급에 집중했다”며 “재래종과 수확량은 비슷하지만 수확기가 15일 내외로 빨라 탄저병에 강하고 기름함량이 많다”고 설명했다.


코피아 니카라과에서 개발한 품종은 ‘INTA Blanco Rendidor’와 ‘INTA Aceitera’ 2종이다. 더불어 잡초 방제 및 시비 기술을 개발했다. 새 품종과 기술 개발로 인해 니카라과 참깨 농가는 기존 대비 생산성을 20% 이상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한 어린이가 코피아 니카라과 센터에서 선보인 참깨 가공품을 접시에 담고 환하게 웃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또 재배 농가의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 참깨 쿠키, 참깨 음료 등 5가지 식품도 개발해 지역 특화 및 학교 간식 공급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니카라과 정부는 코피아 니카라과 센터의 참깨 사업에 고무적인 모습이다. 그동안 벼와 감자에 의존했던 농업 구조에 참깨라는 전략작물이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수리 자모라(Sury Zamora) 인따(INTA) 농업기술개발청 청장은 “참는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서 코피아 니카라과 센터와 추진 중인 프로젝트 중 하나”라며 “현재 성과가 매우 좋다. 향후 발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식품화와 함께 상업적으로 확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니카라과 정부는 참깨 사업을 토대로 향후 농업 자동화, 데이베이스 구축 등 스마트팜으로 발전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만큼 참깨는 니카라과에서 중요한 작물 중 하나로 인식한다는 방증인 셈이다.


박 전 센터장은 “참깨 재배 기술 보급을 위해 코피아 니카라과 센터는 농가를 대상으로 꾸준히 교육을 하고 있다”며 “현지 반응은 상당히 진지하다. 새 품종에 대한 두려움보다 수익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교육 참여도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참깨 국산화 선두주자 ‘밀양74호・강유’


우리나라 참깨 품종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개발한 ‘밀양74’호가 대표적인 참깨 품종이다. 항산화와 인지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리그난(Lignan) 성분 함량을 기존 품종보다 4배 이상 높였다.


농진청이 참깨 품종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참깨 자급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참깨 자급률은 8.2% 수준이다. 생산량이 점차 급감해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밀양74호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우선 참깨의 주요 성분인 ‘리그난’ 함량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밀양74호의 리그난 함량은 1g당 17.0mg으로 일반 품종 ‘건백’의 4.1mg보다 4.1배 많다.


리그난 함량이 높은 밀양74호가 일반 참깨보다 항산화와 인지기능 개선 등의 효과도 우수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인체 신경세포와 동물을 대상으로 효능 검증 연구를 추진했다.


신경세포 실험에서는 밀양74호 추출물이 손상된 신경세포 생존율을 49%에서 119%까지 높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일반 품종 건백의 88%보다 1.4배 향상된 수치다.


또 뇌세포 손상과 재생 정도를 측정한 결과에서는 밀양74호 참기름을 섭취한 집단이 건백 참기름을 섭취한 집단보다 뇌세포 손상도는 1.7배 개선됐다. 뇌세포 재생도 역시 1.8배 촉진해 밀양74호가 뇌세포 손상을 막아주고 재생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밀양74호 품종과 기억력 개선 효능에 대한 권리는 각각 특허권으로 보호돼 있다. 밀양74호를 생산·판매하기 위해서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통해 특허권을 기술이전 받은 후 농가와 계약재배를 해야 한다.


농진청은 앞으로 밀양74호를 활용해 기능성이 높은 참기름뿐만 아니라 제과, 제빵 등 다양한 제품으로 개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국내 참깨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새 품종 개발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개발된 밀양74호와 병해에 강한 강유 등이 대표적인 품종으로 꼽힌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밀양74호와 함께 국산 참깨의 기대주로 꼽히는 품종 ‘강유’도 눈길을 끈다. 리그난 함유를 높인 밀양74호와 달리 강유는 질병에 강하다. 역병, 시들음병에서 잘 버틴다. 여기에 수량성도 많아 농가에서 최근 많이 찾는 참깨 품종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참깨 생산량이 줄어 들고 있는 것은 재배기간 동안 역병, 시들음병, 잎마름병 등 병해에 취약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재배 과정이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다.


농진청에서도 그동안 역병과 흰가루병에 강한 ‘건백’과 시들음병에 강한 ‘강안・금옥’이 개발됐다. 하지만 안정적인 참깨 생산을 위해서는 역병과 시들음병에 모두 강한 품종개발이 절실했다.


강유는 지금까지 개발된 국내 품종 중 가장 수확량이 많다. 10a당 수확량이 137kg으로 표준 품종 건백보다 13% 많다. 게다가 건백보다 시들음병과 잎마름병에 강하다. 역병균에는 건백과 같은 수준의 저항성이 있다.


기름 함량이 53%, 단백질 함량이 28%로 높아 참기름과 깨소금 등으로 가공했을 때도 품질이 우수하다. 항산화와 인지기능 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리그난 성분은 1g당 4.8mg으로 건백과 비슷하다.


강유는 너무 빽빽하게 심으면 쓰러질 수 있다. 정해진 심는 간격(재식밀도)을 지켜야 한다. 특히 어린 모를 옮겨 심을 때는 식물체가 쓰러지기 쉬우므로 지주대를 세우고 묶어줘야 한다.


한편 농진청 간척지농업연구팀은 새만금 간척지에서 재배할 수 있는 소득작물을 알아보기 위해 참깨를 시험 재배했다. 그 결과 강유 수확량이 0.1% 염 처리구에서 10a 82kg으로 나타나 간척지에서 재배 적성이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지웅 농촌진흥청 밭작물개발과장은 “참깨 신품종 강유는 병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아 농가 소득향상은 물론 국산 원료곡의 안정적인 생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8월 29일 [新농사직썰-케이팜⑩]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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