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양측 사법리스크 수사가 '갈등 봉합' 빌미
野, 친명 이끌고 친문 참여 '탄압대책위' 가동
이재명·문재인 "검찰, 정치보복 수단 개탄"
국민의힘 "정치 도피 멈추고 심판대 오르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최근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적시한 점, 이 대표 또한 각종 혐의로 수사·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계파 불문 '보복수사'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사법 리스크'가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계파갈등 봉합의 빌미가 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8일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의 가족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는 정치적으로도 또 법리적으로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정치 탄압이고 한 줌의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 아니냐고 했다"고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에 문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나와 가족이 감당할 일이지만, 당에 고맙게 생각하고 당당하게 강하게 임하겠다'고 답했다"며 "두 분은 지난 정부에서의 검찰개혁 미완에 대해 공감했고, 현재 이 검찰정권이, 검찰 수사가 흉기가 되고 정치 보복 수단으로 되는 이 현실에 대해 같이 개탄하고 공감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 대표는 7개 사건 11개 혐의로 기소돼 총 4개의 재판을 수시로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법원은 내달 20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대해 남은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고, 이 대표의 진술과 검찰의 구형을 듣는 결심 공판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심부터 선고기일까지 1개월 정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 1심 공판은 이르면 10월 말쯤 마무리 될 전망이다.
이 사건은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기간 중 방송에 출연해 백현동 개발 비리와 관련,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그해 국정감사 당시 국토부 협박으로 백현동 개발 부지 용도를 전제 상향 조정했다고 거짓말을 한 혐의(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에 관한 사건이다.
또 검찰은 최근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 씨의 LCC 항공사 부정채용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 씨의 서울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고, 압수수색 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적시했다. 이처럼 두 사람의 범죄 혐의가 당내 화합과 계파갈등 봉합에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그동안 '사법 리스크'는 비명(비이재명)계가 이 대표를 향해 '방탄정당 오명을 쓴 데 대한 결자해지'를 촉구하는 주요 공격 소재였다. 하지만 최근 검찰의 칼끝이 문 전 대통령까지 겨누자 양측이 결집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이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 간의 계파갈등을 봉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 검찰이 문 전 대통령 수사를 본격화하자 이 대표가 '전(前)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원조 친명'의 3선의 김영진 의원이 대책위원장을 맡아 이끌고, 친문계인 황희·윤건영·김영배 의원 등 10명이 참여한다. 이 대표가 힘을 실을 것으로 알려진 대책위는 오는 9일 첫 회의를 열고 윤석열정권의 '정치보복수사'를 성토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민주당 중진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대책위가 꾸려진 것은) 계파 갈등의 봉합 차원이라기보다 수시로 정치보복을 자행하는 검찰국가의 무도함에 맞설 대책을 강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 예방에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같은 날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이 대표는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방명록에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함께 사는 세상' 꼭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권 여사와의 면담에 배석한 조 수석대변인은 면담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일련의 상황들에 대해 권 여사께서 당이 지금처럼 잘 중심을 잡고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이 대표도 당에서 중심을 잡고 잘 헤쳐나가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일련의 상황들이 검찰 수사에 관한 것이냐'라는 질문에 "생각하시는대로 검찰(에 관한 언급)"이라며 "마침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이 있는 경남) 양산으로 간다고 하니 안부도 전해달라면서 그 말씀을 하셨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양측의 회동을 야권의 정치세력화로 검찰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노골적 의도가 담긴 꼼수회동이라고 냉소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이제 그만 정치적 도피를 멈추고 법의 심판대 위에 올라서야 한다"며 "개인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해 소속 정당을 멍들게 하고, 국회 민생 논의를 멈춰 세우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