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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라인 정리' 요구한 한동훈에…함께 흔들리는 국민의힘


입력 2024.10.15 06:30 수정 2024.10.15 09:16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韓 "김 여사, 공적 지위 없어…라인 존재해선 안 돼"

권성동 "韓 알량함에 비애"…대통령실 "비선 없다"

'김건희 리스크'에 친한-친윤 간 '내부 갈등' 부풀어

당내선 "김 여사 방어 당연하나 민심 걱정" 목소리도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추경호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실 내 김건희 여사 최측근인 이른바 '김건희 라인'의 쇄신을 요구하면서 당내가 어수선해지고 있다. 민심을 더 잃기 전에 김 여사 관련 리스크를 털어내야 한다는 친한(친한동훈)계와 한 대표가 여사를 고리로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단 입장의 친윤(친윤석열)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서다. 당내 일각에선 야권이 김 여사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김 여사와 관련해 어떤 방어 기조를 갖춰야 할지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대표는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라인(측근 그룹)'과 관련한 질문에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라인이 존재해선 안 된다"며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들이 기정사실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국정 신뢰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재보궐선거 지원 유세 현장에서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힌 이래 한 대표가 재차 대통령실의 인적쇄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한 대표가 사실상 '김 여사 라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민심을 더 잃기 전에 대통령실이 이를 타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한 대표의 발언에 즉각 비판이 쏟아졌다. 친윤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제까지 이런 얄팍한 정치공학은 여지없이 실패해 왔다. 김영삼, 노무현 정부 모두 당정 갈등 때문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지지 않고 한 대표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권 의원이 탄핵에 동조했다는 점까지 꺼내들며 "(권 의원의) 개인 의견이다"라고 맞받아치자 권 의원은 다시 페이스북 글을 올려 "저를 겨냥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론을 꺼내든 알량함에는 비애감마저 느낀다. 주당의 뻔한 수작에 당하면서도 '난 달라' 고매한 척하고 있으니 측은한 심정"이라고 한 대표를 직격했다.


한 대표의 인적쇄신 요구를 받고도 그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대통령실도 이날은 침묵을 깼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의 라인은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이라며 "최종 인사결정권자는 대통령으로, 대통령실에는 비선 운영 조직이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0일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들을 대동하고 마포대교 도보 순찰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친한계에선 한 대표의 주장에 동조하며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보였다. 친한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SBS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과거 최서원씨의 경우에는 직책이 없이 비선에서 역할을 해서 문제가 된 경우 아닌가. 이번에는 다 본인들 직책이 있지 않나"라며 "그 직책의 직무 범위를 벗어나서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저희들이 지목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한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당내에선 한 대표가 이 같은 이야기를 꺼낸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한 보수정당의 이미지 쇄신을 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진짜로 지역에 가보면 여사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며 "재보궐 지원을 위해 부산에 자주 내려가는 한 대표 입장에선 그런 민심을 직접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아차 싶었을 거고 본인에게 부담이란 걸 알면서도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김 여사 리스크'를 놓고 당내 의견이 쪼개지면서 불안한 단일대오가 형성돼 왔던 '김 여사 방어' 여부가 도마 위로 올라왔단 점이다. 국민의힘은 그 동안 도이치모터스, 명품 가방 수수 사건 특검법 등 김 여사 관련 리스크에 방어진을 펼쳐왔지만, 지난 4일 재표결에서 최대 4표의 이탈표가 나오면서 단일대오에 금이 간 상황이다.


이같은 이탈표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이번 국정감사를 '김건희 국정감사'로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방어 기조'를 해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로 분석돼 왔다. 이 상황에서 한 대표가 김 여사 관련 문제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한 만큼, 당내에선 당 지도부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어느 정도로 대응을 해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들이 정권을 흔들기 위한 것이란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못지 않게 김 여사에 대한 부정 평가가 높다는 것 역시 누구나 다 알고 있다"며 "정권을 위해선 김 여사 리스크를 방어해야 하는데, 지역에선 왜 그리 여사를 싸고 도냐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어 요즘 들어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당연히 정권을 성공시키고 국민 이야기를 듣는 게 우리가 할 일인 만큼 김 여사를 향한 야권의 공격에는 무조건 방어를 해야 한다"면서도 "야권이 퍼트리는 말도 안 되는 공세에 대해서는 방어를 하겠지만 한 대표가 말한 대로 비선이나 라인 같은 쪽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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