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엔 '불안정한 당정관계' 관련 '명품백' '대파' 논란 지적
韓엔 '이조심판론' 선거전략 부적합·반쪽짜리 공천 비판
국민의힘의 22대 총선 참패 원인과 책임을 기술한 총선백서가 선거 종료 200여일 만에 공개됐다. 백서 제작 당시 '한동훈 저격' 논란으로 당내 갈등의 '불쏘시개'라는 평가가 나왔던 만큼, 공개 여부 및 시기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이 때문에 백서는 계파 혹은 당정 갈등 소지가 있는 내용은 대체로 구체적인 평가를 자제하고, 사실관계를 기술하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백서는 용산발(發) 리스크를 잘 관리하지 못한 불안정한 당정 관계, 총선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대표가 내세운 '이조심판론(이재명·조국 심판론)'과 시스템 공천 문제 등을 총선 패배 원인으로 꼽았다.
국민의힘 총선백서특별위원회는 28일 오전 당 지도부에 '마지막 기회'라는 제목의 백서를 보고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백서는 △22대 총선 패배 원인 분석 △6대 개혁 과제 제안 △공천·공약·조직·홍보·전략·여의도연구원·당정관계 및 현안 등 총 7개 항목별 소위원회 평가 분석 △지역 출마자 및 청년 간담회 여론 분석 △총선백서특위 위원 소회 순으로 구성됐다.
백서는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불안정한 당정관계로 국민적 신뢰 추락 △미완성의 시스템 공천 △절차적 문제와 확장성 부재를 야기한 비례대표 공천 △집권여당 승부수 전략(공약) 부재 △조직구성 및 운영의 비효율성 △효과적인 홍보 콘텐츠 부재 △당의 철학과 비전 그리고 연속성 문제 △기능 못한 여의도연구원 등 8가지를 꼽았다.
'불안정한 당정관계'에 대해선 선거 전부터 확인된 낮은 국정운영 평가에도 불구하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의대 정원 정책'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시민사회수석 발언 논란' '대파 논란' 등 주요 이슈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 실패했다고 백서는 지적했다.
백서는 "이번 총선은 집권 2년차 여당으로서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정치적 공동운명체인 정부의 국정운영 평가에 큰 영향을 받았다"며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호주대사 임명, 시민사회수석 발언 논란, 의대 정원 정책, 대파 논란 등 연이은 이슈가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였지만 당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함께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의 이슈들에 대해 당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정부의 기조를 따라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당정 사이에 건강하고 생산적인 긴장감이 조성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위 설문조사를 보면 '선거기간 중 정부의 상황대응 및 정책방향을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만족한다'는 2.11점에 불과했다.
백서는 "의대 정원 이슈에 있어서는 당 지도부가 모든 의제를 열어놓고 대화를 시작할 것을 대통령실에 제안했고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국 당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대국민담화 직후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절망이 팽배했고 민심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면서 그 어떤 선거운동도 백약이 무효라는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정 간 다른 목소리를 내고 대립 관계를 보이는 순간 당정갈등이 집중 부각될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싸우지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선거가 끝났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총선 패배 두 달 뒤에 드러난 이른바 '영부인 문자 논란'은 비대위원장과 대통령실 모두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으며 총선 과정에서 원활하지 못했던 당정관계가 주요 패배 원인이었음을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확인해줬다"고 강조했다.
백서는 '미완성의 시스템 공천'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반쪽짜리 시스템 공천과 현역의원 재배치 및 국민추천제 졸속 추진 논란, 경선 후유증을 봉합할 수 있는 골든타임 미확보, 공천 사후 관리 시스템 부재를 언급했다.
백서는 "총선 업무를 총괄한 사무총장 스스로 '반쪽짜리 시스템 공천'이었다고 평가했다. 당이 일찍부터 인재 영입을 준비하지 못해 후보군에 한계가 있었고, 사실상 총선 직전에 만든 기준은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현역의원 재배치 및 국민추천제가 선거에 미친 긍정적 효과는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또 "공관위의 비례대표 후보 면접 최종 심사결과 자료가 국민의미래 지도부 및 사무처 실무진과 공유되지 않았고 현재도 남아있지 않다. 이는 심각한 절차적 하자로 '시스템공천'이 이뤄졌는지 의문을 초래한다"며 "명단 발표시 이례적인 비례대표 연속 공천, 징계 및 형사처벌 전력자 공천, 호남인사와 사무처 당직자 배려 부족 등의 이슈가 불거지며 사천 논란으로 막판 내홍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후보가 당선 안정권에 배정된 점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비례 공천에 대해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전달되었으나 지도부는 공천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집권여당의 승부수 전략(공약) 부재'와 관련해선 "이미 예측됐던 야당의 정권심판론 공격에도 속수무책이었다"라며 "집권여당으로서 미래 비전을 중심으로 한 공약이 없었고 부동산·교통·교육 등 각종 사회개혁 아젠다 선점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의 메가시티와 국회 세종시 이전 공약은 새롭거나 신선한 울림을 주는 공약이 아니었고 오히려 지지부진한 논의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남기는 등 마치 '양치기 소년'의 모습과 흡사했다"며 "결과적으로 힘 있는 여당의 이점을 살린 공약 부재로 이조심판론과 같은 다른 정치 이슈가 중심이 돼버리는 등 '공약 없는 선거'로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백서는 특히 '전략평가' 코너에서 국민의힘이 일관된 전략을 세우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김건희 여사'를 지목했다. 백서는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앞세우며 집권했다"며 "하지만 친윤(친윤석열) 그룹의 득세,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 등으로 공정과 상식 이미지가 사라져 버린 게 사실"이라고 직격했다.
백서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여부 및 대응은 지난 총선에 매우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제공자의 의도적 접근 및 불법적 촬영에도 불구하고 매우 비판적 여론이 조성됐다"며 "이에 대해 사과를 포함한 적절한 대응이 없다는 사실도 부정적 여론을 증폭시켰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백서는 "결과론적으로 볼 때 본 이슈에 대해 비대위원장과 대통령실 모두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다"며 "총선 과정에서 원활하지 못했던 당정관계가 주요한 패배 원인이었음을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확인해줬다"고 평가했다.
백서는 6대 개혁 과제로 △당의 정체성 확립 및 대중적 지지기반 공고화 △미래지향형·소통형 조직 구조로 개편 △빅데이터 기반 정책 개발 및 홍보 역량 강화 △공천 시스템 조기 구축 및 투명성 강화 △취약지역 및 청년·당직자 배려 기준 구체화 △비전을 가진 싱크탱크, 미래를 위한 준비 등 총 6개 과제를 제시했다.
조정훈 총선백서특위 위원장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총선에서 참패했다. 변명할 여지 없는 참패"라며 "그만큼 아픈 분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544명 설문조사한 분들도 우리 당에 매우 강한 회초리를 들어줬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 위원장은 이어 "그 중 하나가 불안정한 당정관계였다"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신뢰를 회복하고 이기는 정당이 될지 백서에 참여한 1000여명 가까운 분들이 명백하게 가르쳐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 대표는 "평가는 백서가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