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사람 많은데" 3연임? 진정 체육계 사랑한다면 ‘결단’해야…[기자수첩-스포츠]

지난달 17일 김해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폐회식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폐회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국회·정부·언론 등의 비판과 체육계 안팎의 규탄과 우려에도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었던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이 기어이 3연임 도전에 시동을 걸었다.

대한체육회 소속 스포츠공정위원회 소위원회는 지난 4일 올림픽회관에서 소위원회를 개최, 이기흥 회장 3연임 도전 승인 여부에 대한 1차 심사를 진행했다.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3선 도전 자료 제출로 해석된다.

심의 내용을 바탕으로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오는 12일 예정된 전체 회의에서 이기흥 회장의 3연임 도전 승인 여부를 결정해 발표한다. 승인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기흥 회장의 3연임 심사는 스포츠공정위원 15명 가운데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 위원 중 과반수가 찬성하면 통과한다.

공정위원장을 비롯해 심사위원 대부분은 이 회장이 추천~임명한 인사다. 그렇다보니 ‘셀프 심사’ 논란이 불거졌다. 대한체육회 소속의 스포츠공정위가 과연 이 회장에 대한 공정성 있는 심사를 할 수 있느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이유다.

이 회장이 심사를 통과하면 12월 중 후보 등록을 마친 뒤 내년 1월 14일 실시하는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현재까지 유승민 전 탁구협회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이 차기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체육계 개혁을 외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반대 기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회장은 3연임에 도전할 기세다. 이로 인해 체육회 내부도 갈등과 대립으로 벌써부터 혼탁해졌다.

대한체육회 노조는 최근 스포츠공정위 소위 회의실 앞에서 이 회장 퇴진을 요구하고 공정위에 공정과 상식에 입각한 심의를 촉구했다. 대한체육회 노조는 3연임 도전을 비판하면서 "이 회장은 현 시각에도 여전히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참석을 피하고자 각종 꼼수 국외 출장 일정을 무리하게 잡는 것으로 확인된다. 우리 직원들을 향해서는 일말의 변명이나 사과 없이 도피 행보만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 문체위 종합감사 당시 이 회장은 지방 업무협약식 참석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불참했다. 여야 의원들이 이 회장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를 의결했지만 이 회장은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오는 11일 국회 현안 질의가 예정돼 있지만 해외 출장(포르투갈)을 핑계로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는 의도적인 회피로 간주, 불출석 시 국정감사 위증 및 불출석에 대한 고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체육회 노조 요구에 대해 체육회 산하 83개 경기단체와 17개 시·도체육회로 구성된 경기단체연합회는 지난 7일 “노조가 특정인의 불출마를 강요하고 스포츠공정위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시위는 공정성을 훼손한 것”이라며 “명백한 선거개입이자 선거법 위반”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체육회장 선거는 외부의 간섭 없이 치러져야 한다.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주고자 하는 시도가 있어선 안 된다. 체육회 노조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 선거의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를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민국 체육인의 행복을 위해 합심해야 하는 체육회 내부는 출마 전부터 양쪽으로 갈라져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3연임 시 봉합이 어려울 만큼 첨예화 된 상태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최근 움직임은 도피 행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당당하게 맞서 소신을 밝히는 편이 낫다”면서도 “체육회를 이끌 훌륭한 사람은 많다. 굳이 박한 평가와 오해의 시선을 받으면서까지 3연임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문체부와의 마찰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체육계를 진정 위한다면 도피가 아닌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