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이 대만 원정에서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3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펼쳐진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대만에 3-6 완패했다. 대만전 최근 5경기 2승3패.
일본의 집중 견제에도 지난 2015년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야구대표팀은 2019년(2회 대회) 준우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 목표를 슈퍼라운드(4강-일본 도쿄) 진출로 설정했다.
출발이 좋지 않다. 첫 상대 대만에 져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류 감독이 믿었던 ‘에이스’ 고영표(kt 위즈)가 2회에만 만루홈런을 얻어맞는 등 6실점으로 무너졌다. 2이닝 5피안타(2피홈런) 2볼넷 2탈삼진 6실점. 이어 나온 ‘막강 불펜’이 1점도 내주지 않았지만, 파워를 잃은 타선의 침묵 속에 매서운 추격을 하지 못했다.
대만 선발 린위민 구위에 눌려 3회가지 침묵했던 타선은 김도영(KIA 타이거즈)-박동원(LG 트윈스) 적시타로 2점을 만회한 뒤 7회초 1사 후 대타 나승엽(롯데 자이언츠) 타구가 비디오판독 끝에 홈런으로 인정되면서 3점을 만회했지만, 8~9회 모두 삼자범퇴로 물러나 고개를 숙였다.
고영표의 조기 강판이 결정적 패인이 됐지만, 파워를 잃고 빈타에 허덕인 타선도 우려를 낳았다. 한국 타선은 대만 마운드를 상대로 3안타(1홈런) 2볼넷 8삼진을 기록했다. 선발 린위민(4.2이닝)을 상대로 2점을, 대만 불펜진에도 1점을 뽑는데 그쳤다. 초반 대량실점으로 흐름을 빼앗긴 상황에서 파워를 앞세운 해결사가 절실했지만, 그런 역할을 할 타자가 보이지 않았다.
장타력과 클러치능력을 겸비한 강백호(kt 위즈)가 기초군사훈련 일정으로 대표팀에서 빠진 데다 노시환(한화 이글스)-김영웅(삼성 라이온즈)의 부재가 뼈아팠다. 류 감독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홈런왕’ 노시환을 대표팀의 4번 타자로 육성할 구상이었는데 2024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부를 수 없었다.
2024시즌 KBO리그에서 28홈런을 터뜨린 좌타 거포 김영웅도 큰 기대를 모았지만, 대회 직전 부상으로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때부터 파워를 갖춘 해결사 부재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커졌고, 그 여파가 대만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류 감독은 “첫판을 져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B조 전력 구도와 일정을 보면 류 감독의 말이 쉽게 와닿는다.
대만, 쿠바,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호주와 조별리그 B조에 속한 대표팀은 4승 1패는 기록해야 안정적으로 슈퍼라운드(4강)에 오를 수 있다. 일본이 조 1위 가능성이 높은데 반드시 잡아야 했던 대만에 패하고, 14일 오후 7시부터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쿠바와 격돌한다.
상대 선발은 린위민 보다 더 껄끄러운 리반 모이넬로(28·소프트뱅크).
‘좌완 파이어볼러’ 모이넬로는 올해 일본프로야구 정규시즌 11승5패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했다.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부문 1위다. 최고 스피드 155km에 이르는 직구를 비롯해 체인지업-슬라이더-커브 등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를 압도하고 농락한다.
과거 ‘아마 최강’으로 불렸던 쿠바의 전력이 최근 들어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이달 초 두 차례 평가전에서 한국에 완패했다. 그러나 모이넬로가 선발 등판한다면 버겁다. 대만전처럼 선발이 초반에 많은 실점을 한다면 현재의 타선으로는 공략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