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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와 부성애의 만남…긴장감 희미해진 '사흘' [볼 만해?]


입력 2024.11.14 18:58 수정 2024.11.14 18:5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박신양, 11년 만에 영화 출연

동양의 삼일장 문화와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하는 서양 악령의 전설이 만난다는 설정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비밀에 다가갈 수록 힘이 빠져버리는 영화 '사흘'이다.


승도(박신양 분)는 심장이식을 받은 후 이상해져가는 딸 소미(이레 분)를 위해 구마사제 해신(이민기 분)에게 도움을 청한다. 해신이 의식을 통해 소미의 몸에서 악령을 쫓아냈다고 믿은 순간, 또 다른 의문의 악령이 튀어나온다. 결국 소미의 숨은 끊어졌다.


승도와 가족들은 슬픔 속에 소미의 장례를 시작하고 해신은 자신이 놓친 것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승도는 장례를 치르면서 자신이 직접 집도한 딸의 수술 과정을 떠올리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되짚는다. 이 과정에서 딸의 목소리를 듣고, 이상한 환상들을 보게 되면서 점점 이성을 잃어간다.


해신은 악마가 소미의 몸을 빌려 장례가 이뤄지는 3일 안에 부활하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승도에게 알린다. 이제 승도는 딸이 기증 받은 심장의 주인공을 찾으며 자신에게 닥친 비극의 전말을 알게 된다.


딸의 심장에서 깨어나려는 악마의 존재를 막기 위해 펼쳐지는 구마 의식은 공포와 비극이 얽힌 이야기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설정 속에서 아버지의 부성애가 다소 느슨하게 작용한다. 박신양이 연기하는 아버지 캐릭터는 딸을 구하려는 절박함을 드러내지만, 감정선이 오컬트적 공포와 겹쳐지며 순간적인 몰입이 다소 흐트러진다.


영화는 딸과 승도의 즐거웠던 시간들을 오가며 승도가 죽을 각오까지 한 후 사건에 뛰어든다는 설정이 명분을 제공하지만, 그의 개입 방식이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진다. 애절한 감정과 긴박한 공포가 충돌하면서 긴장감이 완화된다. 악마의 기원이 대사로 일차원적으로 설명되는 것도 아쉽다.


'사흘'은 배우 박신양이 11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완벽을 추구하는 이성적인 의사이자 딸에게는 자상한 아빠인 승도의 옷을 입고 스크린을 채우는 박신양의 활약이 반갑다. 다만 구마사제로 분해 문제 해결을 돕는 이민기의 존재감이 크지 않다. 과거 자신도 악마에 빙의된 경험을 통해 누구보다 소미의 아픔과 고통, 공포를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지만 영화가 오컬트가 중후반부에서 휴머니즘에 할애되면서 역할의 무게가 흩어진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공포적인 분위기를 한껏 살린 이레의 열연이다. 14일 개봉.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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