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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기업 품고 가는 밸류업지수...‘주먹구구’ 시행 논란 지속


입력 2024.11.19 07:00 수정 2024.11.19 07:00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종목 선정 ‘고무줄 기준’ 비판 이후 내달 20일 특별 변경 예고

편출없이 편입만...고려아연 등 주주가치 훼손 우려 기업 잔류

“올해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근원적 시정 없는 땜빵식 우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 전경.ⓒ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가 ‘고무줄 기준’으로 논란을 빚은 코리아 밸류업지수의 구성 종목을 특별 변경할 계획이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편출 없이 편입만 진행되는 가운데 밸류업 역행 비판을 받는 기업들의 잔류가 결정되면서 지수가 근시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업계의 비판이 제기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내달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편입 종목을 추가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증권가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한 분위기다.


전날 거래소는 내달 20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종목을 특별 변경할 예정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앞서 저평가된 고배당 종목이 제외되고 주주 환원에 인색한 기업이 편입되는 등 구성 종목의 모호한 선정 기준으로 논란을 일으킨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신규 편입 심사 대상은 지난 9월 24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 최초 발표 이후 다음 달 6일까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이행한 기업이다.


다만 거래소는 기존 편입 종목에 대한 편출은 예정대로 내년 6월 정기변경 때 실시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구성 종목이 조기에 편출될 경우 해당 기업과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이 최근 연이어 주주가치 훼손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잔류가 더 큰 문제 소지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최근 기습 유상증자 발표로 논란의 중심에 선 고려아연과 두산그룹의 계열사 불공정 합병 논란으로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진 두산밥캣, 올빼미 공시를 내 물의를 빚은 이수페타시스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밸류업 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이 오히려 소액주주 이익 침해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수 자체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밸류업 지수를 기반으로 편입 종목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코리아밸류업액티브’와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코리아밸류업액티브’가 고려아연·두산밥캣을 상장지수펀드(ETF) 구성 종목에서 제외시킨 것도 이같은 주주이익 훼손 문제 및 지수 왜곡을 감안한 것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6월 16일 서울사옥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코스피 중견기업 간담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한국거래소

기업들의 밸류업 공시 참여가 여전히 부진한 점도 지수 특별 편입의 한계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24일 지수 발표 당시에는 밸류업 본공시 기업이 12사에 불과했고 이 가운데 최소 편입 요건을 충족한 7사가 밸류업 지수에 편입됐다.


거래소는 지난 15일 기준 밸류업 본공시를 이행한 상장사가 32사까지 늘었고 연내 밸류업 본공시를 하겠다고 예고공시를 올린 곳도 25사로 증가한 만큼 특별 편입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이 올해 초 취임한 이후 국내외 현장을 돌며 기업들의 밸류업 공시 참여를 적극 독려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거래소는 2분기 실적이 확정되는 하반기에 공시 참여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해왔지만 현재 밸류업 공시를 완료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이날 기준 전체 2615곳 중 30여곳에 불과한 셈이다.


이에 지수 발표 이후 생각보다 큰 파장이 이어지면서 주먹구구식의 수정·보완이 이뤄지고 있다는 업계의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남우 연세대학교 교수는 이날 거래소의 밸류업 지수 특별 변경 계획과 관련해 “거래소가 정부의 올해 가장 중요한 경제 정책을 시장에 적용하면서 문제가 된 부분들을 그대로 두고 추가만 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며 “밸류업 지수 관련 본격·근원적인 시정을 하지 않는다면 계속 신뢰도가 깎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거래소의 밸류업지수 발표 당시 논평을 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지수 구성과 선정 기준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비판적”이라며 “지수 특별 변경에서도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회사들 중 시장의 반응이 좋은 곳들만 주로 편입하는 ‘땜빵식’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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