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진 가상자산 과세 유예 논의…입장 첨예
시민사회 "조세 정의, 종이 쪼가리로 만들어"
당원 게시판 "학생운동 하듯이 정책 밀어붙여"
방향 잃은 '민주당 중도 확장' 혼란만 부추겨
가상자산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중도 확장 전략'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실질적인 투자자들의 의중보다 이재명 대표 연임 후 중점적으로 추진한 '중도 확장 전략'이 출발점일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가상 과세 유예 논의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부작용만 낳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가상자산 과세 유예 논의는 지난 25일 진행된 국회 조세소위 소소위에서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26일에 예정됐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도 미뤄지게 됐다.
국회법에 따라 이달 30일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존 논의가 무효화된다. 이 때문에 늦어도 예산안 부수 법안이 지정되는 다음 달 2일에는 결론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은 가상자산 과세의 준비 부족을 이유로 시행 시점을 2027년까지 2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현행 소득세법에 따라 내년부터 시행될 과세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소득 파악 체계가 미비해 조세 형평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를 시행하되, 투자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본 공제 한도를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민주당은 당초 금융투자세 폐기에 반대했으나 주식시장이 어렵다는 이유로 찬성으로 돌아선 바 있다.
정의당과 노동당·녹색당 등 군소 원외정당들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등 특정 성향 단체들은 27일 국회 앞에서 "조세 정의를 종이 쪼가리로 만들고 있다"며 민주당을 겨냥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정부·여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데 이어, 다시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유예 및 완화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벌써 세 번째 유예 주장"이라며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 그리고 민주당은 대체 언제까지 금융투자·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폐기하거나 유예하려고 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대표는 "과세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 또한 정부·여당과 다르지 않음을 경고한다"라며 "0.03%만 내는 세금을 유예하자는 국민의힘도 무책임하지만, 0.03%에게만 세금을 내게 하자는 민주당도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조세 정의를 종이 쪼가리로 만들고 있기는 매한가지"라고 비난했다.
또 "지금은 감세할 때가 아니다"라며 "청년들이 정말 걱정된다면 금융투자소득세와 가장자산소득세 충실히 걷어 그 세금을 청년들의 일자리 확대와 자산형성을 위해 사용하라"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들은 반대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 게시판 '블루웨이브'에는 "코인 과세 반대합니다" "코인 과세하면 한동훈 대통령된다" "(코인 과세 찬성론자인) 진성준은 민주당에 도움이 안 되는 엑스맨"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야당 지지자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도 비난 글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민주당이 집권당이냐. 국민에 대한 민주당의 제1공약은 정권교체"라며 "집권여당에서 고민해야 할 것을 지금부터 나서서 설레발이냐. 금융투자세나 코인 과세가 민주당의 집권에 확실한 도움이 된다면 모를까, 학생운동 하듯이 정책 노선을 밀어붙이느냐" 등의 비판을 이어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 연임 이후의 '민주당의 중도 확장 전략'이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오히려 부작용만 낳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나는 버리고 하나는 취하려는 민주당의 당론이 진보 지지자들과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주식 투자자 양측에게 모두 악재로 적용하면서,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이 역풍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세소위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금투세·상법·코인과세' 등에 관해 재계와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는 배경엔 중도 확장 전략에서 혼란을 겪는 민주당의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