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373종 소멸…전년 동기 웃돌아
실적 개선됐지만…비용 효율화 '불가피'
"내수 부진 전망에 신용판매 둔화 예측"
혜택이 좋은 알짜 신용카드들이 줄줄이 단종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실적이 개선됐지만 비용 효율화를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혜택이 많은 카드들을 눈앞에서 놓치고 있는 소비자들만 아쉬움을 곱씹는 분위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카드는 '카드의정석 디어 쇼퍼(Dear, Shopper)'와 '카드의정석 디어 트래블러(Dear, Traveler)' 신용카드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이 카드는 지난 3월 우리카드가 프리미엄 카드의 진입 장벽을 허물고자 내놨지만, 이례적으로 출시 8개월만에 단종됐다.
카드의정석 Dear, Shopper는 쇼핑에 특화된 카드로 ▲패션 ▲백화점·아울렛 ▲생활 ▲해외업종에서 5% 적립 혜택을 제공했다. 카드의정석 Dear, Traveler는 여행 특화 카드로 ▲호텔 ▲항공사 ▲숙박 플랫폼 ▲교통 ▲해외 업종에서 이용금액의 5%를 포인트로 적립해줬다.
Dear 시리즈는 국내 이용금액의 1%를 전월 실적과 한도 제한 없이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했다. 또한 15만원이라는 합리적인 연회비로 ▲호텔 외식이용권 10만원 ▲네이버페이 포인트 10만원 ▲스마일캐시 10만원 ▲H.Point 10만점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연 1회 받을 수 있었으며, 해외전용 카드 발급 시 동반 1인에게 국내외 공항 라운지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나카드도 최근 '#any 하나카드' 외 신용카드 5종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any 하나카드는 디지털 구독(유튜브프리미엄·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왓챠) 업종에서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간편결제 업종에서는 1% 할인 혜택을 제공해 MZ고객에게 인기가 많았다.
롯데카드는 이번달 31일 '삼성화재 다이렉트 롯데카드' 외 신용카드 5종에 대해 신규 발급 중단을 예고했다. 이 카드는 자동차 보험료를 최대 3만원 청구 할인해준다. 동시에 단종되는 카드 모두 자동차보험료를 깎아준다.
이처럼 카드사들은 알짜카드 단종에 가속화를 붙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 등 국내 카드사 8곳이 올해 상반기 단종시킨 신용카드는 282종, 체크카드는 91종 등 총 373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59종(신용카드 139종, 체크카드 20종)에 비하면 배가 넘는 수치다.
카드사들이 알짜카드 단종에 몰두하는 이유는 낮은 가맹점 수수료로 수익성이 낮아지자 어쩔 수 없이 비용 효율화를 할 수밖에 없단 이유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올해 카드사들이 지난해와 다르게 실적이 개선된 상황을 감안하면 아쉽다는 지적이다. 카드사들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총 2조2511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이는 등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아울러 최근 기준금리가 연달아 인하되면서 카드사들의 주요 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 또한 하락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AA+등급 여전채 3년물 금리는 3.086%를 기록하며 지난 2022년 3월 23일(3.095%) 이후 2년 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순이익이 증가한 측면은 수익성이 개선됐기보다 비용 효율화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그간 낮은 가맹점 수수료와 고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에 당분간 비용 효율화는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로 여전채 금리 또한 하락하고 있지만, 대내외 금융 여건이 좋지 않아 내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내수 부진으로 자연스레 신용판매 또한 둔화될 것이고 그로 인해 카드사들의 수익성 또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소비자들을 감안해 알짜카드 단종 속도를 줄여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금융산업은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꾸려질 수 있는 산업"이라며 "알짜카드 단종이 이어지면 소비자들도 해당 카드사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