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코난’을 주인공으로
코미디가 된 ‘수사반장’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거예요?
범죄 수사물을 보며 이렇게 웃어도 되는 건가요. ‘강매강’, 강력하지 않지만 매력적인 강력반…이라고요, 왜 제목부터 거짓말하나요?
크크크, 못 말리게 재미있어서, 독특한 B급 ‘갬성’(감성)에 키득키득 미소 짓고 우하하하 육성으로 웃으며 시청했기에 즐겁게 걸어본 딴죽이다.
실제로 드라마 ‘강매강’을 보면 김동욱(동방유빈 분)을 반장으로 박지환(무중력 분), 서현우(정정환 분), 박세완(서민서 분), 이승우(장탄식 분)를 구성원으로 한 송원경찰서 강력 2반은 남달리 강력하고 유달리 매력적이다.
극단적 시도로 위장된 타살부터 생활고와 방화, 학교폭력부터 유괴, 스토킹부터 보이스피싱, 소시오패스에 의한 연쇄살인까지 강력범죄가 다뤄지고. 이러한 사건들이 사람과 인간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상처를 남기는지 제대로 조명하면서도. 시종일관 웃음과 재미를 추구한다.
양립하기 힘들어 보이는 구성 요소들을 무탈하게 잘 버무려 ‘범죄 수사 코미디’로 완성해 낸 것, 아니 코미디에 방점을 둔 출발부터가 놀랍다. 개성 넘치는 기획을 하고, 투자와 제작이 시도되고 승인돼 OTT(디즈니+)를 통해 안방극장에 무사 배달 되었다니!
베테랑 주연들뿐 아니라 어린이배우에 단역배우들까지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코미디를 소화하고, 회당 45분 안팎의 부담스럽지 않은 러닝타임까지 더해져 20부작이라는 OTT 시대에 보기 드문 회차를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동방유빈 지식사전’, 사건 현장에 더해지는 깨알 CG도 재미를 돋운다.
가장 재미있는 요소, 일등공신은 제작진의 자기 색깔 확실한 캐릭터 구축 그리고 이를 매력 넘치는 인물로 구현해 우리 눈앞에 데려온 배우들이다. 김동욱 이하 모든 배우는 누구랄 것 없이 멸사봉공, 나는 없고 작품이 중하다는 듯 자신들이 모든 역량을 드라마 ‘강매강’에 쏟아냈다.
신선한 충격을 준 건 배우 박세완이다. 씻는 것도 마다하고 일을 우선하는 다혈질 형사 서민서의 뜨거움, 피해자나 동료와의 공감에 능한 따스함뿐 아니라 수사를 위해 변신할 때면 거침부터 섹시까지 불가능한 게 없는 팔색조 매력을 맘껏 발산한다.
대충은 없다는 듯 노숙자로 분하든 야쿠르트 아줌마로 분하든 알아보기 힘들 만큼 혼신으로 변신한다. 배우는 연기가 돋보일 때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법, 박세완이 얼마나 예쁜 미모를 지녔는지 주목시킨다. 성급히 주목받기보다 착실히 연기 이력을 다져온 박세완의 과정이 빛나는 결과다.
큰 웃음 주는 배우는 박지환이다. “딱 감이 왔어!”, ‘감’만을 내세우며 밀어붙여 강력 2반 수사의 첫 번째 실수는 언제나 그의 몫인 불도저 형사 무중력, 입증된 코미디 연기로 밉상 캐릭터를 밉지 않게 표현하는 것은 기본. 복싱 국가대표 출신 형사답게 범죄자를 보면 몇 대를 때리면 뻗을 것인지 간파하고, 머리 위에 뜬 숫자대로 정확히 펀치를 날려 상대를 제압한다. 반복해 등장해도 보는 쾌감이 있어서 미리 웃으며 대기한다.
무엇보다, 젊은이부터 늙은이까지 뭇 여성의 마음을 훔치는 마성의 눈빛과 페로몬 발산 장면이 압권이다. 보기만 해도 반할 수밖에 없는 설정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도록 심혈을 다해 연기하는 모습이 사뭇 인상적이다. 조인성에게 주어졌다면 단지 멋짐이지만, 박지환이 하니 멋짐과 동시에 즐거움을 유발한다. 동의가 되지 않아 터지는 웃음이 아니라 동조의 비명을 부른다.
새로운 발견은 배우 서현우다. 워낙 연기 잘하는 배우인 건 익히 알았으나 기본기가 얼마나 탄탄한지, 표현이 얼마나 세밀한지, 노력이 얼마나 뜨거운 배우인지 스스로 입증했다. 기능적 캐릭터로 소비되지 않고, 캐릭터마다 주연일 수 있는 드라마 ‘강매강’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준비된 ‘1번 배우’임을 확인시켰다.
서현우는 자신이 맡은 생계형 형사, 정정환을 가장 현실감 있는 캐릭터로 탄생시켰다. 10원 하나도 소중히 여기고, 승급에 연연하며 기꺼이 아부하고 언제든 태도를 전환할 수 있는 직장인, 평범한 우리의 모습을 실감 나되 흉하지 않게 표현했다. 그 쪼잔함과 비굴함, 천연덕스러운 개인주의의 바탕에 사랑하는 아내와 네 아이가 있음을 화면에 가족이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정정환에 겹치게 연기했다. 동구(인생 2회차처럼 연기하는 어린이배우 김라온 분)에게 보여준 티라노사우르스, 티렉스 연기는 일미다.
앞날을 기대케 하는 배우는 이승우다. 다나까 말투를 쓰는 새내기 형사, 애도 아닌데 그저 걷는 것조차 불안해 보이는 실수투성이 장탄식이 밉상으로 보이지 않는 데에는 배우 이승우가 지닌 본연의 해맑음과 귀여움이 큰 몫을 한다. 배우에게 있어 호감을 풍길 수 있다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자산이다.
막내지만 팀을 위해 준비된 헌신, 요식업계 재벌가 손자로 믿어지게 하는 부유한 분위기, MZ세대 조폭으로 위장할 때 살짝 드러낸 모델 느낌 등 이승우에게 요구된 이미지는 복합적인데 표나지 않게 잘 소화했다. 쟁쟁한 연기파 선배들 사이에서 살아남았다.
이 모두를 아울러, 검거율 전국 꼴찌 송원서 강력 2팀을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조용히 조련해내듯, 캐스팅 당시 기대됐던 것 이상의 ‘에이스 배우진’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이는 배우 김동욱이다. 박지환, 서현우, 박세완, 이승우가 마음껏 연기력-매력을 내뿜도록 두툼한 판을 까는가 하면 시청자 대중의 관심과 사랑 몰이 선두에 선 1번 주연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다채로운 연기력을 펼쳐 보였다.
마치 인기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이 실사 드라마로, 그것도 어른이 되어 나타난 듯 에이스 반장 동방유빈이 되어 혀를 내두르게 하는 관찰력과 프로파일링 능력을 과시하는가 하면. 시트콤을 방불케 하는 ‘강매강’의 코미디 지향점을 한눈에 보여주듯 연기파 김동욱의 연기사에서 본 적 없는 과장된 표정과 몸짓을 지었다. 결과는 우습지 않고 맑고 밝게 웃기다. 나이를 잊게 하는 소년미도 매력적이다.
생각지 않은 ‘개꿀잼’도 선사한다. 영화 ‘신세계’ ‘범죄도시’ ‘넘버3’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친구’의 명대사를 김동욱이 발화한다. 극 중 대학동아리 햄릿연구회 멤버답게, 진지하게 연기력을 자랑했다면 감탄뿐 웃음은 생산하지 못했을 것이다. 드라마 장르에 맞춰, 메소드 연기를 하는 ‘척’하며 코믹 패러디를 펼치는데 그 재미가 오지다. MZ조폭 검거를 위해 ‘동방파’ 보스로 분한 장면들에서도 어떤 팀원보다 진정 조폭 냄새를 풍기며 껄렁대 큰 웃음을 준다. 차분한 지성미로 유빈의 애인 송재인을 연기한 한동희와 함께 오마주 한 영화 ‘헤어질 결심’ 패러디도 놓치면 안 될 명장면이다.
언급하지 못한 배우들을 포함해 ‘강매강’(연출 안종연·신중훈, 극본 이영철·이광재, 제작 스튜디오S·BA엔터테인먼트·초록뱀미디어, 채널 디즈니+)의 최대 강점은 출연진의 연기에서 최선을 다한 진심이 읽히는 것이고, 그 연기로 빚은 캐릭터들이 잘 어우러져 즐거운 한판을 벌인다는 것이다.
드라마 시청 초반에는 낯설 수 있다. 기존 수사물들과 다르다고 미리 중단 말고, 생긴 그대로의 매력으로 ‘강매강’을 본다면 느껴본 적 없는 새로운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신선한 재미를 말하고 기다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