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1조7000억 넘게 늘어
연체율 2배 치솟아 16% 육박
3곳 중 1곳 꼴 20% 웃돌기도
부실 사업장 정리 작업 '속도'
국내 저축은행들이 건설·부동산업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가 올해 들어서만 1조7000억원 넘게 불어나며 4조6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연체율이 두 배 가까이 치솟은 가운데 저축은행 3곳 중 1곳 이상은 해당 수치가 20%를 웃도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구조조정 압박 속에서 저축은행업계가 부실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연착륙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79개 모든 저축은행들의 건설·부동산업체 대출과 부동산 PF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는 총 4조655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0.5%(1조7546억원) 늘었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OK저축은행의 관련 금액이 467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5.3% 증가하며 최대였다. 그 다음으로 한국투자저축은행이 3250억원으로, 웰컴저축은행은 2680억원으로 각각 105.0%와 100.9%씩 늘며 뒤를 이었다.
이밖에 ▲다올저축은행(1989억원) ▲OSB저축은행(1877억원) ▲바로저축은행(1673억원) ▲대신저축은행(1408억원) ▲상상인저축은행(1312억원) ▲NH저축은행(1222억원) ▲하나저축은행(1145억원) ▲키움YES저축은행(1139억원) ▲JT저축은행(1106억원) ▲모아저축은행(1102억원) ▲KB저축은행(1061억원) ▲IBK저축은행(1039억원) 등이 떠안고 있는 연체가 1000억원 대로 규모가 큰 편이었다.
저축은행업계의 건설·부동산업체와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도 평균 15.9%로 조사 대상 기간 동안에만 7.8%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전체 저축은행들 중 36.7%에 달하는 29곳의 연체율은 20%를 웃돌았다. 이들의 경우 건설·부동산업과 관련해 나간 대출 중 5분의 1 이상에서 부실 신호가 켜졌다는 얘기다.
해당 연체율은 안국저축은행이 28.6%로 최고였다. 이어 DH저축은행과 아산저축은행이 각각 28.3%를 기록했다. 이밖에 ▲MS저축은행(27.6%) ▲평택저축은행(26.7%) ▲세람저축은행(26.4%) ▲삼호저축은행(25.4%) ▲우리저축은행(25.2%) ▲웰컴저축은행(24.6%) ▲오투저축은행(24.6%) 등이 상위 10개 저축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이같은 배경에는 부동산 PF로부터 불거진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인데,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로 불황이 깊어지고 이로 인해 부실 사업장이 많아지면서 연체의 늪에 빠지는 사례가 많아졌다. 이렇게 부동산 PF에서 일어난 균열이 건설사와 부동산개발업체를 넘어,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에까지 확산하는 형국이다.
결국 금융당국이 칼을 꺼내 들면서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부실 사업장에 대한 정리에 착수하며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 강화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이 본격 적용되면서 부실 우려 등급 사업장은 속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저축은행들도 위험을 걷어내기 위한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정은 여의찮다. 부실 PF 사업장 정리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수도권 사업장 외에는 별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10월 말까지 저축은행업계가 경·공매를 통해 정리한 사업장은 총 40건, 규모로는 3292억원이다. 정리 대상으로 분류된 사업장 중 금액 기준으로 15%에 그치는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회사 규모가 작고 연체율이 높은 저축은행들의 경우 위기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선별적인 PF 연착륙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