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도 조사 대상 포함한다"
산업부 "업체 지정 절차 그대로 진행"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 시절 수행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원본을 불법적으로 보유하고 기본설계에 인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국군방첩사령부가 한화오션도 조사 대상에 포함하며 조사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KDDX 사업자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인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방위사업청(방사청)은 이번 문제와는 별개로 업체 선정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12일 정부 및 방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는 방사청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방첩사는 현 상황을 고려, 조사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한화오션도 조사 대상이다. 착수 후 혐의가 발견되면 군 검찰 송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방사청에 대한 조사 외에도 사건의 당사 기업들로까지 조사가 확대될 수 있단 얘기다.
현재 방사청은 대우조선해양이 'KDDX 기본설계 제안서'에 자사가 수행한 개념설계 보고서를 방사청 허가 없이 활용한 정황을 확인하고 방첩사에 조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방사청은 한화오션이 당시 원본 1부를 추가로 복사해 자체 보관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계약서상 한화오션은 용역 종료 뒤 보고서 5부와 CD 3부를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화오션은 제출한 보고서 외에 서류 1부를 더 제작, 보관하며 이를 사용했다.
방사청은 한화오션이 관련 훈령과 계약특수조건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위산업보안업무훈령 상 개념설계 결과물 반납은 의무사항이고, 개념설계 계약특수조건에 따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산출된 노하우 및 제반자료에 대한 권리는 정부에 귀속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방위산업보안업무훈령(국방부 훈령 제 2742호) 비밀보호 특약 제14조 (비밀의 반납)는 ‘을(대우조선해양)은 갑(방사청)과의 계약 종료와 동시에 1주일 이내에 장비와 연구개발 또는 제조 기간에 생산되었거나 복제, 복사한 비밀 등(원고의 경우 초고를 포함) 일체의 비밀을 갑에게 반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방첩사는 조사 확대를 통해 광범위한 보안 문제를 점검할 방침이다.
KDDX 선도함 건조 업체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인 산업부와 방사청은 현 문제를 절차와는 별개의 문제로 간주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KDDX 방산업체 지정 절차와는 전혀 무관하다. 산업부가 업체 지정을 하며 그 뒤 방사청이 종합적 판단 후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방사청 관계자 역시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확인이 어렵지만, 방첩사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KDDX 사업은 국내 기술로 6000t급 신형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총 7조8000억원의 사업비 투입이 예상된다. 방사청은 해당 사업의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에,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에 맡겼다. 이후 절차인 상세설계 및 초도함 제작 업체 선정을 양측은 산업부와 방사청의 업체 선정을 기다리고 있다.
관련 주무부처가 모두 이번 사안을 별개로 판단한 만큼 KDDX 사업의 진행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사가 수사로 넘어가고 한화오션의 법 위반 사안이 확정 판결될 경우 한화오션은 향후 국가 방위사업 입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앞서 개념설계를 촬영해 사내 보관하다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2022년 11월 유죄 판결은 받았고, HD현대중공업은 보안점수가 1.8점 깎이며 3600t급 신형 호위함 5·6번함 사업을 한화오션에 넘겨준 바 있다.
방산 분야 한 연구원은 "보안 관련 문제는 별건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산업부와 방사청이 이를 인지하고 있겠지만, 전력화 시점을 고려했을 때 해당 문제를 고려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화오션은 이와 관련해 "기본설계 제안서에 개념설계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불법 인용 및 활용했다는 의혹 제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화오션 측은 "방위사업청은 한화오션의 개념설계 관련 내용들이 유용됐는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방사청 내 전문가와 보안팀, 방첩사령부 파견자 등으로 구성된 보안검증위원회를 3회에 걸쳐 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안검증위원회도 일부 인용한 부분이 있다고 파악했지만, 최종 ‘문제없음’으로 결론 내렸고, 한화오션이 KDDX 개념설계 내용을 사전 승인 없이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정이 난 사안임이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관련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회사 측은 "한화오션의 KDDX 원본 보관 역시 규정과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2012년 당시 군사기밀보호법 지침과 훈령에 원본을 보관하는 것이 위반이라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당시 계약서 상에도 원본을 제출하라는 규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하지만 최근 방사청에서는 한화오션이 개념설계 보고서 원본을 보관했고, 이를 기본설계 제안서에 활용했기 때문에 소급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2012년 개념설계 계약을 체결하면서 제출한 당시의 수령확인증과 제출공문에는 당사의 원본 보관 사실은 물론 원본 및 사본의 폐기 연한이 정확히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년 상‧하반기 방사청, 방첩사, 국정원 등 관계기관의 보안검사에서 한화오션은 원본 보관 목록에 따른 실제 보관 여부 확인 절차를 통해 적법하게 원본 보관을 해왔다"면서 "한화오션의 원본 보관이 적법하기에, 소급적용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한화오션은 "비밀보호특약은 훈령 본문이 아닌 별표에 정리돼 있는 양식으로, 한화오션은 방위사업청과 그와 같은 ‘비밀보호특약’ 자체를 체결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체결한 적도 없는 특약 ‘양식’에 기재되어 있는 조항을 근거로 반납했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KDDX 개념설계 사업 진행 과정에서 결과물 반납 및 관련 자료 폐기에 관한 조건 자체가 없었다. 타 사업에서도 반납 및 폐기가 필요하면 계약조건에 명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