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정국 불안 속 외환보유고 '증발'…치솟는 환율 관리 '진땀'


입력 2024.12.16 15:17 수정 2024.12.16 15:23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안팎 불안에 1400원 웃돌아

방어 위해 당국 '물량 공세'

4000억 달러 '붕괴' 우려에

한은 "걱정할 정도 아니다"

미국 달러화. ⓒ뉴시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치솟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당국이 물량 공세에 나서면서 외환보유고를 갉아먹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정국 불안이 길어지면서 조만간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뚫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심리적 안정선인 4000억 달러 아래로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2.0원 내린 1431.0원으로 출발했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통과에 정국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환율이 다소 진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여전히 1430원대에 머무르고 있는 모습이다.


이달 초 비상계엄 사태 직후 급등한 후 되돌림 없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원·달러 환율은 계엄 사태 전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등으로 1400원대를 넘나들며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탄핵안 가결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지만 단기간 내 1400원대 아래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외환보유액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국의 미세조정으로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에 따르면 11월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 달러로, 올해 들어서만 47억6000만 달러가 줄었다. 상반기에 원화값 하락 방어를 위해 투입된 자금이 크게 불어나면서 외화비상금이 빠르게 줄어든 탓이다.


현재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어느정도 외화를 소진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지난 4일 외환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크게 10억 달러 정도를 매도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외환시장에서 실시한 매도, 매입을 더한 순거래액이 -18억 달러 정도임을 감안하면 1분기 조치와 맞먹는 수준을 4일 하루에만 단행했다는 의미다. 당시 한은은 3분기에만 최대 175억 달러를 순매도하면서 환율을 방어했었다.

우리니라 외환보유액 추이. ⓒ뉴시스

문제는 하반기에는 상반기 보다 더 많은 금액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올해 4분기 원화 값이 상대적으로 더 추락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투입된 자금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외환당국이 비슷한 수준으로 시장에 개입한다면,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 선이 깨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인 IMF가 권하는 외환보유액에서 한국의 경우 6810억 달러를 보유해야 하는데 우리는 현재 2600억 달러 넘게 모자라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2021년 4600억 달러를 넘기며 역대 최대를 기록한 이후 3년 동안 줄어들고 있다.


시장에선 시장 개입과 같은 단기 처방으로만 환율 방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화 곳간만 지나치게 소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한은은 외환보유액 감소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규모만 놓고보면, 한국은 세계 9위 수준으로 외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1997년 외환위기와 달리 지금은 우리가 채권국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장용성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12일 한은과 한국경제발전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려했던 것보다는 환율이 그렇게까지 많이 올라가지는 않았다"며 말했다.


외환보유고에 대해서는 "걱정할 정도가 아니다"며 "외환보유고가 워낙 많고, 우리는 외환보유고와 국민연금 등도 있어 (환율 대응) 수단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