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우수' KB금융·하나금융·SK텔레콤·KT 결국 이름 올려
거래소, 선정 기준 ' 불신' 의식...'특별 리밸런싱'으로 안정화 나서
한국거래소가 모호한 선정 기준으로 논란을 빚은 밸류업 지수의 특별 리밸런싱(구성종목 변경)을 통해 지수 안정화에 나서 주목된다. 거래소는 앞서 밸류업 지수에서 탈락해 파문을 일으켰던 종목들을 신규 편입하며 시장의 우려감을 반영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앞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100개에서 편입이 불발돼 논란을 키운 금융·통신주 종목들이 모두 특별 편입에 성공해 관심이 모인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으로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현대모비스, SK텔레콤, KT 5개 종목을 추가 선정했다고 발표했는데 금융·통신주 위주의 특별 리밸런싱이 이뤄지면서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종목들은 오는 20일부터 지수에 포함된다.
편출 없이 구성 종목은 105종목으로 늘어나고 내년 6월 정기 구성종목 변경을 통해 100종목으로 재조정될 예정이다. 기습 유상증자와 경영권 분쟁 등에 휩싸인 기업들이 그대로 밸류업 지수에 남게 되면서 지수의 취지를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특별 편입은 지수의 선정 기준을 두고 논란을 일으킨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거래소가 지난 9월 24일 밸류업 지수를 발표한 뒤 선정 기준에 어긋난 기업이 지수에 편입되며 지수에 대한 시장 불신이 커진 바 있다. 금융·통신주 등 저평가된 고배당 종목이 제외되고 주주가치를 오히려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는 종목들이 일부 포함되면서 적정성 논란이 확산된 것이다.
결국 거래소는 지난달 18일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을 특별 변경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 진화에 나섰다. 그간의 논란을 의식해 이번 특별 변경에는 당초 편입이 예상됐다가 지수에서 빠져 충격을 안겼던 종목들이 나란히 편입됐다. 밸류업 대표 종목으로 꼽혀온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주들이 대표적이다.
당초 시장에선 밸류업 우수 기업인 금융주들이 지수에 대거 포함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만 지난 7월에 발표·공시한 밸류업 계획 덕분에 특례 편입됐고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고배를 마셨다. 거래소는 KB금융과 하나지주가 각각 자기자본이익률(ROE), 주가순자산비율(PER) 요건이 미달돼 편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으나 시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KB금융과 하나금융은 본공시를 내지 않았을뿐 이미 밸류업 계획 안내 공시를 냈고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혀왔다. 이에 지수 편입 기준에 대한 시장의 반발이 커지자 거래소도 정기 변경에 앞서 이들 종목을 포함한 특별 편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9월 지수 발표 이후 밸류업 본공시를 완료한 상태다.
전통적인 고배당주임에도 선정 기준에 미달돼 탈락했던 SK텔레콤과 KT 등 통신주도 특별 편입에 성공했다. SK텔레콤과 KT 역시 올해 9월 말 기준 6~7%대의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록했음에도 최초 지수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후 SK텔레콤은 10월 24일, KT는 지난달 5일 각각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편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다만 업계는 밸류업 지수의 특별 변경이 당장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별 편입 범위가 제한적이고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및 국회의 탄핵 소추안 가결로 밸류업 정책의 추가 동력이 우려되고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밸류업 지수의 특별 리밸런싱 결과는 시장 예상대로 나왔고 특별 편입만으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밸류업 지수 및 정책은 장기간의 노력이 이어져야 결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