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산하기관에 잉여금 관련 설문
잉여금 처리 과정, 국가 환수 등 물어
‘세수 부족분 메우려는 시도’ 의혹에
기재부 “국회 지적 사항 반영하려는 것”
기획재정부가 부처 산하·출연기관들이 한해 동안 쓰고 남은 예산(불용액, 잉여금) 사후 정산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2년 연속 세수 결손으로 재정 상황이 나빠지자, 기재부가 공공기관 불용액을 끌어모으려는 것 아니냐고 해석하기도 한다.
복수의 부처 산하 공공기관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달 초 이들 기관에 엑셀(Excel) 형식의 설문지를 보냈다.
설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그동안 산하·출연기관들이 정부 출연금(예산)을 쓰고 남으면 어떻게 처리해 왔는지,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 불용액 반납 규정을 만들면 해당 기관에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다.
설문을 받은 A 기관 경우 국고 반납은 운영상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A 기관 관계자는 “그동안 불용액은 이듬해 예비비 등 자체 예산으로 사용해 왔는데 국고로 귀속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와서 당황스러웠다”며 “(잉여금) 액수가 크진 않지만, 그 돈으로 우리도 내년 사업을 해야 하다 보니 국가로 반납하는 건 어렵다는 의견을 (담당 부서에서)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관 관계자들 말에 따르면 기재부가 불용액 국고 반납 관련 의견을 물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재부는 산하기관 잉여금 관련 설문조사에 대해 올해 국회 결산 심사에서 나온 지적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B 부처 관계자 역시 “어떤 의도인지 설명이 없어 설문 목적은 모르겠지만 우리 기관은 (잉여금이) 많아도 1~2억원 수준”이라며 “세수 결손 때문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국고 환수 여부를 물어와서 약간 당혹스럽긴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국회 결산 때 사업출연금 정산 원칙 등이 없어서 각 기관에서 이월하거나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그러면서 정산 원칙을 수립하라는 지적이 나와 우리가 이를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우리도 그동안 기관별 사업이 다르다 보니 (잉여금) 현황을 잘 몰랐고, 이번에 현황 파악 차원에서 어떤 사업에서 얼마나 남는지, 남은 금액은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설문) 자료를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회에서 지적도 나왔고, 재정 운용 관점에서도 그렇게(체계적 관리) 하는 게 맞다 싶어 현재 일단 현황조사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특히 내년도 예산까지 국회를 통과한 상태에서 세수 부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감사원에 따르면 정부 출연금은 2021년 말 기준 48조4000억원이다. 정부 출연금 가운데 공공기관에 지출하는 출연금은 43조3000억원으로 전체 정부 출연금의 89.5%를 차지하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출연·출자기관 경영관리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사업비를 받는 출연·출자 공공기관이 쓰지 않고 쌓아둔 돈이 2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산하기관 잉여금은 해당 기관 자체 수입으로 활용할 수 있다. 순세계 잉여금이나 기타 수입을 다음 연도 세입에 반영해 특정 목적 사업이 아닌 일반 재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