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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통상임금 판결, 근로자도 손해…가동률 저하에 고용불안 우려까지


입력 2024.12.20 10:50 수정 2024.12.20 12:05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국내 기업 26.7% 영향…연간 6조7889억원의 추가 인건비 발생 예상

2017년 통상임금 소송 패소한 기아, 잔업‧특근 중단하며 근로자 오히려 임금손실

경제단체들 "경영 리스크 가중, 고용 안정에 부정적 영향"

기아 오토랜드 광주 조립공장 최종 품질검수라인. ⓒ기아

재직 여부나 특정 일수 이상 근무 조건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조건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지난 19일 나오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기업 비용 부담 확대는 물론, 임금체계 근간이 흔들리고 근로자들의 소송 제기가 이어지며 현장의 혼란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고 생산설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경제 전반에 찬바람이 부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될 경우 우리나라 기업 26.7%가 영향을 받고, 연간 6조7889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임금에 근거해 지급해야 하는 연장, 야간, 휴일근로 수당, 연차 수당 등이 한 번에 오르기 때문이다.


연장근로 수당 부담이 커질 경우 일부 기업들은 가동률을 낮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내 양대 완성차 회사 중 하나인 기아는 지난 2017년 통상임금 소송 패소로 연장근로 수당을 크게 올려줘야 할 상황에 처하면서 잔업(평일 정규근로시간 외 근무)과 특근(주말근무)을 전면 취소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임금 손실을 입게 된 기아 노조의 반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경제단체들은 대법원 판결 직후 일제히 입장문을 내고 유감을 표했다. 경제단체들 중 노사 관련 사안에서 사용자 측을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대법원 판결이 현장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총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재직자, 최소근무일수 조건이 있으면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전면적으로 뒤집고, 통상임금 범위를 대폭 확대시킨 것으로서 경영계로서는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신뢰해 재직자 조건 등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지 않기로 한 노사간 합의를 무효로 만들어 현장의 법적 안정성을 훼손시키고, 향후 소송 제기 등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또 “최근의 정치적 혼란과 더불어 내수부진과 수출증가세 감소 등으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예기치 못한 재무적 부담까지 떠안게 돼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경총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임금체계로 바꾸기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법원을 향해서는 “향후 노사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임금 관련 소송에서 새로운 갈등과 혼란을 유발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대기업들을 대변하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이번 판결이 기업들의 경영 리스크 확대와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경협은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 명의 성명에서 “내수부진과 수출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임금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예측하지 못한 경영 리스크를 가중시켜 고용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경협은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래로 정립해 온 통상임금 법리의 변경은 우리나라 노사 관계에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 노조는 판결의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임금체계 개편 등 노사관계 안정과 협력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도 노사 갈등 심화와 고용감소 우려를 제기하며 이번 판결에 아쉬움을 표했다.


중기중앙회는 “최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지속되는 고금리·고물가, 장기간의 내수부진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인해 중소기업의 추가적인 비용 부담과 노사 간의 갈등이 증가할 수 있고, 더욱이 고용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혼란을 막기 위해 소급 적용을 하지 않은 점은 다행이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임금체계 단순화와 연공형에서 직무 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을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까지 아우르는 국내 최대 경제단체 대한상공회의소도 우려의 입장을 밝혔다.


대한상의는 강석구 조사본부장 명의 입장문에서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형성된 통상임금 판단기준인 ‘재직자 지급원칙’을 뒤집는 이번 전원합의체의 판결로 인해 산업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여건과 맞물려 우리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연공서열 중심의 우리나라 임금체계를 직무급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개선방안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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