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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PC 제자리걸음…메모리 반도체 3사, 봄에도 '겨울 나기?'


입력 2024.12.21 06:00 수정 2024.12.21 06:0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더딘 재고 소진·계절성·中 저가 공세에 내년 '상저하고' 전망

AI 수혜가 전통 응용처 회복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제기

반도체 가격 반등하려면 PC·모바일 등 IT 기기 회복 필수

삼성전자 영업익 추이.ⓒ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겨울'이 적어도 내년 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의 '실적 풍항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이 기대치를 밑도는 2분기(2024년 12월~2025년 2월) 가이던스를 내놓은 것도 이 같은 우려가 반영돼있다.


PC·모바일 판매가 예상 보다 부진하자 반도체 수요도 덩달아 떨어졌고 이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선전이 추가 하락을 방어하고는 있지만, IT 기기 수요가 완연히 회복될 때까지는 드라마틱한 반도체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내년 실적이 '상저하고'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내년 영업이익이 올해 보다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주 요인으로 PC, 모바일 등 전통 수요처의 높은 재고가 꼽힌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지난 19일 열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행사에서 "올해 초만 하더라도 온디바이스 AI(서버나 클라우드에 연결할 필요 없이 모바일 기기 자체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 제품이 시장에서 많이 팔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IT 제조업체들이 반도체를 많이 구매했다"고 말했다.


고 실장은 "그러나 AI 제품이 유행을 주도하지 못해 재고가 쌓였고 반도체 가격도 떨어지고 있는 상태"라며 "반도체 생산이 일정한 데 가격이 하락하면 당연히 반도체 수출 실적은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 3분기부터 초과 공급으로 하락전환된 반도체 가격 흐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은 고스란히 반도체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도 약한 수요 전망과 재고 증가 등으로 내년 D램 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 실장은 "가격 반등을 위해서는 CSP(클라우드서비스) 기업의 지속적인 서버 투자와 함께 IT 기기 수요 동반 회복이 필수"라고 했다. 결국 AI 서버향은 물론이거니와 전통 수요처인 모바일, PC, 일반 서버 수요가 되살아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이크론도 이같은 전망과 궤를 같이 했다. 마이크론은 18일(현지시간) 2025회계연도 2분기(12~2월) 전망 매출을 79억 달러, 주당 순이익은 1.26 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월가 전망치 89억9000만 달러, 1.92 달러를 모두 하회한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2분기는 소비자 중심 시장의 재고 조정과 일반적인 계절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면서 "소비자 중심 시장의 고객 재고는 봄철에 개선될 것"이라고 말해 재고 소진이 느린 상황임을 암시했다.


시장 안팎에서 AI향 반도체 수혜가 중국의 레거시 제품 공세, 전통 응용처의 더딘 회복세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면서 마이크론 주가는 이날 뉴욕 증시 정규장에서 4.33% 하락 마감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도 13% 이상 급락했다.


ⓒ한국기업평가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 실적 흐름도 이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1분기 메모리 영업이익(시스템 반도체 제외)이 4조537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4분기 추정치(4조8250억원)을 밑돈다. 그나마도 '상고하저' 흐름을 보이며 내년 메모리 반도체 영업이익이 올해(19조6770억원) 보다 낮은 18조5340억원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투자증권은 "DS는 전통 수요처 부진 심화를 고려해 가격 전망을 더욱 보수적으로 수정했다. 내년 수요에서 변화가 없다면 D램은 내년 3분기, 낸드는 1분기부터 가격 하락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키움증권도 1분기 메모리 영업이익이 올해 4분기 추정치(5조9240억원)을 크게 밑도는 4조2830억원에 그칠 것으로 봤다. 다만 '상저하고' 흐름을 전망하며 내년 연간으로는 19조202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키움증권은 "D램은 엔비디아향 HBM3E(5세대 HBM) 양산 공급 지연, 중국 CXMT의 DDR4 저가 판매, 범용 D램 수급 악화 등으로 연말·연초 예상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의 내년 1분기 메모리 영업이익이 3조원으로 올해 4분기(5조6000억원)에 비해 2조6000억원 가량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SK하이닉스도 범용 ASP(평균판매가격)은 떨어지나 HBM 매출 비중을 높이고 있어 삼성전자만큼의 실적 감소는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컨벤셔널(일반) D램 ASP가 내년 3분기까지 하락하며 연평균 10%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나 HBM 매출액 비중이 43.9%까지 상승해 D램 전체 ASP는 11.2%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HBM 효과가 두드러져 레거시 주도의 가격 하락을 막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올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가 D램·낸드 ASP 하락 등의 영향으로 1분기 6조61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올해 4분기(8조140억원)과 견줘 큰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마이크론 HBM3E 큐브.마이크론 테크놀로지 홈페이지 캡처

메모리 3사 실적이 개선되려면 반도체 가격이 반등해야 하며 그러려면 IT 기기 수요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 IT 수요 회복→메모리 재고 소진→가격 상승이라는 선순환이 빨라질수록 삼성·SK 반도체 실적 개선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물론 엔비디아향 차세대 HBM 공급 호재가 이 같은 우려를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작지 않다.


GPU(그래픽처리장치) 강자인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블랙웰(Blackwell)에 이어 로빈(Rubin)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 AI 가속기에는 HBM3E(5세대 HBM), HBM4(6세대 HBM)가 각각 탑재된다.


마이크론은 2분기 실적 전망에서 "내년 HBM TAM(전체 시장 규모) 추정치를 25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면서 "당사는 2025년 수십 억달러의 매출 달성을 예상하고 있으며 2026년 이후에도 HBM4, HBM4E에 대해서도 더 많은 성장 기회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트렌드포스는 AI 반도체 '블랙웰'이 탑재된 AI 서버랙 'GB200' 시리즈의 대량 생산은 내년 2~3분기 사이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공급 지연에 대해 트렌드포스는 시장 표준을 초과하는 고속 상호 연결 인터페이스 및 열 설계 전력(TDP)에 대한 추가 최적화 작업을 이유로 들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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