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지원·세제 혜택 이어져야"
미국이 중국 조선업에 대한 견제를 점차 강화하는 동시에 한국 등 동맹국과의 협력을 견고히 하겠다고 나서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대외 환경이 우호적으로 흘러가는 만큼 국내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금융 지원 및 세제 혜택 등이 이어져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4일 외신 등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미국 조선업 기반을 강화하며, 중국 선박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현재 국제 무역에 운용하는 선적 상선은 80여 척에 불과하다. 이를 10년 내 250척 늘려 '전략상선단'을 운영한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아울러 미국에서 건조한 상선의 숫자가 부족할 경우 동맹국 등 외국에서 만든 상선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에 대한 견제는 세율 부과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는 중국에서 수리하는 선박에 최대 200% 세율을 부과하고, 미국이나 동맹국에서 수리하는 경우 세율 면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사실상 중국과 양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는 일감이 몰리는 것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선박을 한국에서도 수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유지·보수·정비(MRO) 분야를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한 국내 조선업계에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한국 조선업계는 미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시장 진출을 공들여 왔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 해군 MRO 시장 ‘자격증’에 해당하는 함정정비협약(MSRA)을 취득했고, 한화오션은 지난 8월, 11월 각각 미 해군이 발주한 함정 MRO 사업을 따냈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내년 1월 시작하는 다음 의회 때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조선업 강화에 강한 의지를 품고 있는 데다 출범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역시 동맹국과 협력을 통한 자국 조선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어서다.
업계 안팎에선 국내 조선업계에 호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회를 잡기 위한 세제 혜택 및 금융 지원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조선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정부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이 큰 역할을 했다"면서 "우리 조선산업도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이런 지원책은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조선업계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탄핵 정국의 여파로 국회에 계류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초격차 유지가 중요한 상황에서 조특법 개정안은 필수라고 평가되고 있어서다.
조특법 개정안은 액화천연가스(LNG)·수소·암모니아 등 선박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조선업계의 오랜 숙원으로, '미래형 이동수단'에 선박을 추가하는 것을 뜻한다. 아울러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를 연장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현행법 일몰기한이 올해인 만큼 개정안 통과에 대한 업계의 요구가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글로벌 조선업은 현재 중국 정부와 한국 사기업의 경쟁"이라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상황인 만큼 우리도 정부 차원의 지원책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전 세계에서 선박 발주량이 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조선업계가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라 조세특례제한법 등 세제혜택, 금융 지원 등 지원책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