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최윤범·모친이 사내이사…회장 경영권 방어 위해 남용"
고려아연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의, 법률에 의거한 적법한 행위"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유미개발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MBK파트너스·영풍은 소수 주주 보호 장치인 집중투표제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유미개발이 최윤범 회장 측으로 구성돼 있어 편법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미개발의 이사회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해 총 6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모두 고려아연 측 인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남원우 유미개발 대표이사는 전 고려아연 최고재무책임자(CFO)였으며 사내이사는 고려아연 명예회장이자 최윤범 회장의 아버지 최창걸, 어머니 유중근, 작은 아버지 최창영, 최창근이다. 감사인 이종훈은 고려아연의 감사팀장을 맡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임시이사회에서 내달 23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했다. 이 중 고려아연 주주인 유미개발의 주주제안으로 ‘집중투표제’ 도입도 포함됐다. 유미개발은 고려아연에 대해 소액주주 보호와 권한 강화를 위한다며 이를 청구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들이 뽑는 이사 수에 따라 자신의 표를 한 명의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3명의 이사를 선출할 때 표가 3개가 주어진다면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이 제도는 소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이사회 구성에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장점이 있다.
MBK는 이를 두고 유미개발이 집중투표제를 정관에 도입하기 위한 안건과 동시에 이를 통해 이사를 선임하겠다는 청구는 상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특히, 고려아연 정관에는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규정이 명시돼 있고, 최윤범 일가의 지분율이 88% 이상인 유미개발에서는 내달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집중투표제 도입)의 건 가결을 조건으로 같은 임시주총에서 바로 연이어 집중투표제 방식의 이사 선임을 청구했음에 따라, 고려아연이 이를 받아들여서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 선임 결의를 하는 것이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MBK·영풍은 “표 대결에서 불리한 최윤범 회장이 주주간 분쟁 상황을 지속시키고 어떻게 하든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악용하려 한다”며 “최 회장 측 집중투표제 관련 주주제안은 상법상 3% 룰을 활용해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을 연장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며,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주주제안을 이용하는 것으로, 그 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최 회장의 문제점, 즉 관련 제도를 최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주주 제안)과 이 안건의 가결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 청구의 건’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의됐으며, 이는 법률에 의거한 합법적이며 적법한 행위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주주제안은 유효하더라도, 집중투표제를 적용해 이사선임을 하자는 주주제안은 효력이 없다는 입장인데, 이는 과거 다른 기업들의 주주총회 사례는 물론 대법원 판례까지도 부정하는 아전인수 해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