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환 감독 영입 주도한 심찬구 임시 대표 사의
2부 강등 이어 매끄럽지 못한 감독 선임 과정에 팬심 폭발
어수선한 내부 상황 정리 시급…윤 감독 “수뇌부 빨리 결정돼야”
“축구 팀에 근조화환이 이렇게 많이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구단 역사상 최초로 2부리그 강등의 아픔을 겪은 인천유나이티드는 올해 프로축구 K리그1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윤정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승격 의지를 드러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현재 인천은 내부 상황이 많이 혼란스럽다.
2부 강등의 책임을 지고 전달수 전 대표가 사임한 뒤 업무를 대행하는 심찬구 임시 대표가 주도해 윤정환 전 강원FC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교통정리가 매끄럽지 못했다. 올해 조성환 감독이 물러난 뒤 지휘봉을 이어 받은 최영근 전 감독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단이 윤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최 전 감독은 구단의 결정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2부 강등의 실망감에 더해 구단의 비상식적인 일 처리에 발끈한 팬들은 인천 유나이티드 축구센터와 인천시청에 근조화환을 보내 성난 팬심을 표출하고 있다.
윤정환 감독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의 영입을 주도한 심찬구 임시 대표이사가 사의를 표명하며 윤 감독이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다.
윤 감독은 26일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심 전 대표님에게 먼저 연락이 와서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눴고, 팀에 대한 진심 어린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한 것에 대해 느꼈다”면서 “진정성과 열정을 느꼈기에 정말 심사숙고 끝에 인천 감독직 제안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정환 감독은 ‘심찬구 대표와 얘기하면서 마음이 움직인 게 어떤 부분이냐’는 취재진의 질의에는 “조금 막막한데 머릿속이 다소 멍하기도 하고 나중에 말씀드려도 될까요?”라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결국 윤정환 감독은 기자회견 도중 이례적으로 “5분만 쉬었다 하면 안 될까요?”라고 재차 양해를 구했다. 그는 “감독 생활을 오래했지만 이렇게까지 긴장한 적은 처음”이라며 머쓱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 막 부임을 했지만 윤정환 감독 또한 최근 어수선한 내부 상황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프로답게 그는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그는 “인천이라는 팀에 실망을 많이 하셨을 것이라 본다. 그분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서는 내년 1년을 어떻게 싸우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 본다”며 “팀에 여러 가지 부분들이 시끄럽다. 수뇌부도 아직 결정 나지 않은 상황이고, 선수 수급에 대해서도 늦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감독 선임도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부분들이 있는데 나도 사실 알았다면 다시 생각해 봤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결정이 나서 어떻게 이 부분을 빨리 수습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정환 감독은 “축구 팀에 이렇게 많은 근조화환을 본적이 없다. 그만큼 팬심이 많이 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내가 잘해서 정말 인천이 혁신이 됐고, 변화가 됐다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밖에 없다. 노력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강조했다.
어찌됐든 안정화가 시급한 윤정환호의 인천이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 내년 시즌 준비가 다소 늦어진 부분도 있다. 윤 감독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시즌 끝나고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다. 감독 선임하는데 시간이 굉장히 많이 흘러서 팀으로서는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며 “이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는데 이른 시간 안에 기존 선수들을 잘 활용하고 필요한 포지션을 잘 찾아 영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시급한 것은 수뇌부가 빨리 결정이 돼야 이 팀이 돌아갈 것이라 생각한다. 혁신하는데 있어 프런트도 많이 바뀔 것이라 기대한다. 나도 적극적으로 얘기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인천 선수단은 26일 소집돼 상견례를 가졌고 오후부터 첫 훈련을 시작했다. 이어 본격적인 새 시즌 담금질을 위해 내년 1월 2일 태국 치앙마이로 동계 전지훈련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