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교체·유증 반려 요청 등 적극 행보
온라인 플랫폼 통해 단체 행동 나서기도
‘집중투표제’ 등 주주 목소리 반영도 늘어
최근 소액주주들이 스스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등을 이용해 집단행동에 나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무리한 유상증자를 막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요구하거나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경영진을 교체하라고 목소리를 내는 등 올해에는 소액주주들의 주주행동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과거 일회성 시위 등에 그쳤던 주주행동주의가 소액 주주들의 몸집 확대와 플랫폼을 활용한 단체 행동 등으로 달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들이 직접 지분을 모아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씨씨에스 소액주주연대는 지난달 23일 회사 측에 대표이사 해임안과 사외이사 선임안을 포함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같은 달 6일 김영우 씨씨에스 공동대표이사가 이사회를 통해 정평영 공동대표이사를 해임하고 단독 대표이사가 된 것에 반발하며 현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소액주주들은 주주 행동 플랫폼 '헤이홀더'를 통해 지분을 모으고 있다. 이미 지난달 26일 기준 전체 주식의 10% 수준 주식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초전도체의 전문가인 권영완 박사가 이들과 뜻을 함께하고 있어 초전도체 상용화 기대감으로 임시 주종에서 더 많은 개인투자자가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경영진의 무리한 유상증자, 쪼개기 상장 등도 소액주주들이 나서서 이를 막는 사례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차바이오텍은 지난달 20일 장 마감 이후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유상증자에 이전에도 같은 달 12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 작년 5월 상환전환우선주(RCPS) 445억원, 전환사채(CB) 104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 200억원 등도 발행한 바 있다. 이에 작년에 조달한 자금만 4450억원 수준으로 지난달 30일 시가총액(6454억원)의 68.9% 수준이다.
차바이오텍 소액주주 연대는 회사에 유상증자 철회를 요구하고 금융감독원에 유상증자 반려 요청서 등을 보낼 예정이다. 주주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가 진행될 경우 주가 하락과 관련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쇄회로기판(PCB) 전문 제조업체인 이수페타시스의 소액주주들도 임시 주총 개최를 위한 주주 제안에 나선 상황이다. 작년 11월 이수페타시스가 이차전지 기업 제이오 인수를 위해 5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에 따른 것이다.
이수페타시스의 주주들은 유증 철회 및 대안 논의,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에 대한 공식 입장 등을 담은 공문을 발송하는 한편 지분 9.2%를 보유한 국민연금에 유증 반대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신약개발 및 바이오기업인 오스코텍의 소액주주들은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의 상장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두 회사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와 그 주요 성분인 레이저티닙의 권리를 함께 보유 중이다. 이에 중복 상장 효과로 오스코텍 주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흐름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있다. 실제 작년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 중단을 비롯해 이달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소액주주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상정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최근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인 KCGI를 고소하는 등 자본 시장 내 소액주주들이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 중”이라며 “기업의 중요한 결정 시 소액주주들이 목소리를 내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