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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아니라 독이었네! 뒤통수 맞은 신태용, 토히르 회장의 토사구팽


입력 2025.01.07 11:25 수정 2025.01.07 11:26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신태용 감독. ⓒ 뉴시스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가 자국 축구대표팀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린 한국인 사령탑 신태용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PSSI는 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A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끈 신태용 감독과의 계약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결정은 축구대표팀의 성과와 장기적인 목표를 아래 심사숙고 끝에 내려졌다. 인도네시아 축구 발전에 기여한 신태용 감독님의 밝은 앞날을 바란다”고 전했다.


신 감독은 프로축구 K리그 사령탑을 거쳐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 A대표팀 감독(2018 러시아월드컵) 등을 역임한 뒤 지난 2020년 인도네시아 사령탑에 부임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축구 영웅으로 떠오른 뒤 신 감독도 인도네시아에서 그에 못지않은 바람을 일으켰다. 지난 2020년과 2022년 ‘동남아 월드컵’이라 불리는 미쓰비시일렉트릭컵(이하 미쓰비시컵)에서 각각 준우승과 4강에 오르며 인도네시아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 초 카타르서 펼쳐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는 ‘라이벌’ 베트남을 제압하고 사상 첫 16강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일본-호주에 이어 C조 3위로 본선행 희망도 잔뜩 키워놓은 상태다.


최근 미쓰비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신태용 감독이 장기적인 계획 아래 A대표팀 대신 U-23 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해 받은 결과다.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도 이번 성적표 자체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PSSI는 대회 성적 등을 명분으로 신 감독을 기습적으로 경질했다. 현지 언론이나 인도네시아 축구팬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신태용 감독의 아들 신재원(성남)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신태용은)인도네시아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지난 5년 동안 (인도네시아의)FIFA 랭킹을 50단계 올려놓았고,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도 조 3위인데 경질이라니…”라며 PSSI의 비상식적인 결정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현 상황을 “에릭 토히르 회장이 네덜란드 선수들을 귀화하며 전력을 키워왔는데 이것은 신태용 감독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라 독이었다”고 요약했다.


에릭 토히르 회장(오른쪽). ⓒ AP=뉴시스

토히르 회장은 유럽 출신 귀화선수들이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그 선수들과 원활한 소통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유럽 출신 감독 적합성에 대해 몇 차례 말을 해왔다. 공교롭게도 신 감독과의 불화설이 제기될 때마다 그런 말을 뱉었다.


결론적으로 귀화선수들을 영입한 것이 신태용 감독 경질의 명분이 됐고, 귀화 선수 영입이 신 감독에게는 독이 된 모양새다.


인도네시아의 억만장자로 인터밀란 구단주를 거쳤던 토히르 회장은 인도네시아 현 내각의 장관(국영기업부)이다. 정치적 야심도 품고 있는 토히르 회장은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인기가 자신의 인기로 직결된다고 생각, 몰인정 몰상식한 협회 행정 추진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축구대표팀을 더 빨리 키워 자신이 더 많은 인기를 누리며 현 정권에서 입지를 넓히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데 신 감독은 그로 인한 피해자 중 하나가 됐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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