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농성 50여일째…정년연장·주4.5일제 요구
경영 목표 달성 불투명 vs 3분기 역대 최고 성과
“수수료 인하로 업황 악화…인건비 상승 어려워”
국민카드가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두고 노사 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사측은 어려운 대외 환경 탓에 성과급 지급이 불가하다는 입장이고 노조 측은 역대 경영 성과를 달성했음에도 최저 성과급을 들이밀었다며 기만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뜩이나 카드 업황이 불황임에도 총력 투쟁을 예고하는 국민카드 노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민카드 노동조합은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광화문 소재 국민카드 본사 사옥 1층에서 사내 농성 시위를 50여일 째 이어가고 있다.
국민카드 노사는 ‘정년연장’과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도입’ 등을 주장하다 최근 성과급 지급을 두고 갈등이 심화됐다.
사측은 최근 “리스크 관리 실패 및 대외 환경 변화의 이유로 성과급 지급이 어렵다”고 노조 측에 밝혔고 이에 노조 측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 20일 제 1차 대표자 교섭을 시작으로 약 50여일 간 진행된 2024년 임단협은 단순한 임금 인상을 넘어 조직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노동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우리의 정당하고 당당한 요구”라며 “사측은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KB금융지주와 타 계열사의 눈치만 보면서 교섭을 해태하더니 마지막 대표자 교섭까지 은행권 공동단체협상(공단협) 수준에도 못 미치는 임금 임상률 제시와 더불어 최저 성과급을 들이밀었다”며 분노했다.
그들은 “(사측은) 몇년 간 잘했다고 광을 팔았다”며 “지난해 상반기에는 고금리·경기 둔화 환경 속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70% 가까이 순익이 증가했다 하더니 3분기에는 역대 최고 성과 달성이 예상된다며 내외부에 온갖 설레임을 치며 광을 팔아 제꼈다”고 지적했다.
국민카드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704억원으로 전년 동기(2724억원) 대비 약 36.0% 증가한 바 있다.
노조는 “그랬던 (사측이) 일년 치 사업을 결산하는 지금에 와서야 리스크 관리 실패 및 대외 환경 때문에 경영 목표 달성 조차 불투명 하다며 성과급 지급이 어렵다니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온다”고 꼬집었다.
은행의 경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서 공단협을 실시한다. 그러나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각 사별 노조에서 임단협을 실시하고 있다.
통상 금융지주 계열의 카드사는 같은 계열사인 은행의 임단협 결과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는 은행과 카드사들이 같은 금융지주 아래 묶여있기 때문이다. 앞서 은행권 공단협은 일반직 기준 임금 2.8% 인상을 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카드를 제외한 다른 카드사 노사들도 최근 임금 인상을 두고 갈등이 진행되고 있거나 봉합한 사례가 있다.
우선 기업계 카드사인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BC카드는 이미 임단협이 마무리됐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7월 국내 카드사 중 가장 빠르게 직원 전체 평균 임금 인상률 7%에 합의했다. 롯데카드도 지난해 11월 29일 임금 5.5% 인상과 성과급 300% 수준에서 잠정합의했다.
BC카드도 지난달 임금 인상률 5%에 특별 사기 진작금 200만원 지급으로 합의됐다. 임금피크제도 만 57세에서 59세까지 3년 간 적용되던 부분을 1년 늦춰 만 58세부터 59세로 적용하기로 했다.
기업계 카드사들은 임단협을 완료했지만 금융지주계 카드사의 경우 순탄치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업계 카드사의 경우, 자체적으로 운영이 되지만 금융지주계 카드사는 은행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은행의 협상 결과에 따라 금융지주계 카드사들의 임금 인상 폭이 조정되다 보니 반발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보니 당연히 인건비도 크게 못 올릴 전망”이라며 “어느 쪽이 맞다 틀리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카드사들의 업황 악화가 가시화되고 있어 연초부터 이뤄지는 노조의 투쟁 기조에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낮은 가맹점 수수료로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다음 달부터 카드 수수료가 한 차례 또 내려가기 때문이다.
다음 달 14일부터 연 매출 3억원 이하 사업자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0.50%에서 0.40%로 낮아진다. 그 외에 ▲연 매출 3억~5억원 1.10%→1.00% ▲연 매출 5억~10억원 1.25%→1.15% ▲연 매출 10억~30억원 1.50%→1.45%로 각각 인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