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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나는 SF"…봉준호 감독·로버트 패틴슨의 '미키 17' [D:현장]


입력 2025.01.20 12:40 수정 2025.01.20 12:4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월 28일 국내 개봉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로버트 패틴슨과 할리우드 영화로 돌아왔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CGV에서는 봉준호 감독,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참석한 가운데 '미키 17' 푸티지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 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봉준호 감독은 "'미키 17'은 SF 영화지만 동시에 인간 냄새로 가득하다.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미키는 평범하고 힘 없는 불쌍한 청년이다. 그 동안 SF 영화와 달리 인간냄새 나는 새로운 SF 영화로 관객들과 만나게 돼 기대된다"라며 할리우드 영화로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소감을 밝혔다.


'미키 17'로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로버트 패틴슨은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한 뒤 "지금까지 홍보할 때 왔을 법도 한데 한국에 한번도 오지 않아 놀랐다. 한국 분들을 만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입국 당시 한국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그는 "공항에 많은 분들이 와주실 줄 몰랐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긴 여정이었는데 포스터 사인 요청에 기뻤다"라며 "사람들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갖고 계셔서 기뻤다"라고 즐거워 했다.


로버트 패틴슨은 '미키 17'을 출연하게 된 이유로 "극본 자체가 재미있었다. 처음 읽었을 때부터 심플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미키가 왜 이러는지 생각해 보면 바로 복잡해지기도 했다. 실제 이 캐릭터는 자신감이 없지만 스스로에 대한 연민도 없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키는 내가 키우는 개를 연기한다고 생각했다. 버릇이 나쁜 개가 있었는데 교육을 시키면 갑자기 누워서 애교를 부렸다. 미키도 비슷한 것 같았다.17번을 죽고 나서야 삶을 조금 다르게 살았어야 했나라는 걸 깨닫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로버트 패틴슨을 마키로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로버트 패틴슨은 슈퍼 히어로 영화도 찍었지만 미국의 뛰어난 인디 영화에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그 때부터 늘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극중 미키는 사실상 1인 2역이다. 멍청하고 불쌍한 17과 기괴한 카리스마 내뿜는 18을 다 소화해야 한다. 두 연기가 되는 배우로 처음부터 로버트 패틴슨을 떠올렸다"라고 전했다.


전작 '기생충'에서 사회 계급에 대해 이야기 했던 봉 감독은 이번에도 인간 사회의 계급 차이를 녹여냈다.


봉 감독은 "미키 직업 자체가 반복해서 죽어야 한다. (그래서) 죽을 가능성이 있는 임무 만을 부여 받는 것이다. 17이란 숫자는 17번 죽었다는 것이다. 죽을 때마다 새롭게 출력되는데 그 동안의 영화에서 나온 복제인간과 상당히 다르다. 서류 프린트 하듯이 인간을 복제한다. 그 자체로 비인간적이지 않나. 원작 소설의 핵심 콘셉트도 휴먼 프린팅이다. 이런 처지에 있는 것이 노동자 계층이다. 이에 자연스럽게 계급의 문제가 스며들 수 있었다"라며 "조금 멍청하고 불쌍하지만 이 상황을 헤쳐나가는 미키의 성장 영화 같은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키 17'은 애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을 원작으로 한다. 봉 감독은 원작 소설에서 미키의 7번 죽음을 17번으로 늘려 각색했다. 또한 미키의 직업도 역사 교사에서 마카롱 가게를 창업했다가 망한 자영업자로 설정했다.


봉 감독은 "7번의 죽음은 충분하지 않다. 더 일상적으로, 더 다양한 죽음을 통해서 노동자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라며, 원작과의 차별화에 대해 "원작 소설에서는 기술적인 설명이 많다. 제가 과학에 큰 관심이 없어서 그런 부분은 다 빠지고 땀냄새 나는 인간들의 이야기로 채웠다. 그 과정에서 미키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영화는 먼 미래가 아닌 2050년 쯤의 가까운 미래로 설정돼 있다. 봉 감독은 "SF 영화지만 현실감 있고 피부에 와 닿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듄' 같은 영화처럼 서사적이고 아주 먼 우주의 저편에서 시간을 뛰어넘는 웅장한 영화도 좋지만, 우리 작품은 눈 앞에 닥쳐있는 문제를 근미래로 끌어 당기고 싶었다. 여러분이 겪게 될 미래"라고 말했다.


'미키 17'은 당초 지난해 개봉 예정이었지만 여러 번의 변동 끝에 국내서 2월 28일, 북미서 3월에 개봉을 확정 했다.


봉 감독은 "제 영화 중 개봉 날짜가 변경 안된 적이 없었다. 이번엔 주목을 작품이라 그런지 날짜 변동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났다"라며 "미국 할리우드 산업과도 관련이 있었다. 조합 시위 여파 등 복잡한 상황들이 엮여있었다. 다만 재편집, 재촬영 등은 하지 않았다. 감독 최종 편집본으로 계약이 되어 있었다.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잘 끝난 작업이었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봉준호는 "좋은 배우들과 연기해서 즐거웠다. 두 미키를 연기한 로버트와의 작업이 즐거웠으니 보는 이들도 즐거웠으면 좋겠다"라고 바랐고 로버트 패틴슨은 "재밌게 작업했으니 관객들도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2월 28일 전세계 최초 한국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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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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