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서 운하 통제권 되찾겠다 선언
대(對) 중국 관세 압박도 가시화
COSCO, 中 군사기업 명단에 올려
해운 공급망 영향에 업계 전반 긴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되찾겠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국제 해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보편관세 도입에 따른 해운시장 변화에 이어, 또 하나의 예측 불가 상황이 만들어지는 형국이다.
파나마 운하는 미국이 파나마와 조약을 맺어 1914년 개통한 뒤 80년 넘게 관리·통제하다 1999년 12월 31일 낮 12시 파나마에 운영권을 넘겼다.
파나마운하청에서 내놓은 연례 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기준 파나마 운하 전체 매출은 49억6800만 파나마 발보아(약 7조2000억원)로, 파나마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1%를 차지했다.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기준 미국 선적 선박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억5706만t의 화물을 파나마 운하를 거쳐 실어 나른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4504만t), 일본(3천373만t), 한국(1천966만t) 선적이 뒤를 이었다.
파나마 운하는 파나마를 통해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82㎞(51마일) 길이 인공 수로다. 파나마 운하는 갑문식으로 만들어져 운항 속도가 매우 느리다. 그럼에도 파나마 운하를 거치지 않으면 대서양과 태평양을 오가기 위해 남미 대륙을 2만㎞ 이상 돌아가야 한다.
최소 몇 주 이상 시간을 소비해야 할 거리를 하루 만에 통과할 수 있어 글로벌 핵심 무역로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파나마 운하에 대한 통제권을 미국이 다시 가져야 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 연설에서 “중국이 사실상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통제권을)를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결코 하지 말았어야 할 이 어리석은 선물로 인해 매우 나쁜 대우를 받았고, 우리에게 한 파나마의 약속은 깨졌다”며 “우리 협정의 목적과 조약의 정신이 완전히 위반되었다”고 주장했다.
파나마 운하 운영권 논란은 가뜩이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세계 해운시장을 더욱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와 맞물려 해운업계는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대중국 고관세 정책이 현실화하면 중국 수출업체들의 ‘밀어내기 물량’이 증가해 해상 운임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2022년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을 당시, 중국 수출 업체가 인상 전 선적을 서두르면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두 달 만에 62% 급등한 바 있다.
최근 미국 국방성은 세계 최대 해운사 중 하나인 중국원양해운(COSCO)을 ‘군사 기업’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COSCO는 지난해 기준 1535척(1억3000만DWT)의 선단을 운용하는 세계 1위 벌크선사이자 세계 4위 컨테이너선사다.
미국 국방부는 막대한 설비와 규모를 갖춘 COSCO에 대해 중국 군수기업으로 분류했다. 미국 국방부는 국방수권법에 따라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 목록을 공개해야 한다.
목록에 포함된 기업은 내년 6월부터 미국 국방부와 거래할 수 없다. 2027년부터는 해당 기업이 공급망에 포함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조달할 수도 없다. 미국 기업에는 명단에 오른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막대한 설비와 규모를 갖춘 COSCO가 군사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려 미국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되면 주요 해운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COSCO는 아시아에서 미주 서안으로 가는 항로에서 네 번째로 높은 시장 점유율(10.7%)을 차지한 기업이다.
HMM 관계자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 해운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명확하지 않아 업계 전반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국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발 물동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은 해당 수입품을 다른 지역에서 대체 조달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남미나 동남아 국가로 물동량이 이동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