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후 첫 '北 비핵화' 언급에
김정은, '핵무력 강화'로 맞서
"향후 북미대화를 둔 팽팽한 기싸움 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대화를 둘러싼 팽팽한 기싸움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결국 '완전한 비핵화'를 공식적으로 꺼내들자, 김 위원장은 즉각 반응하며 '핵무력 강화' 의지로 맞서고 있다.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8일 인민군 창건 77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반도 격돌 구도의 근본 원인을 미국으로 돌리며 핵 무력 강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핵역량을 포함한 모든 억제력을 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새로운 계획사업들에 대해 언급하며 핵무력을 더욱 고도화해나갈 확고부동한 방침을 재천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핵역량 강화의 새 계획'을 구체적으로 알리진 않았다.
이어 "힘의 우위를 숭상하는 자들에게는 오직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해주는 것이 정답"이라며 "지역 정세의 불필요한 긴장 격화를 바라지 않지만, 새 전쟁 발발을 막고 조선반도 지역의 평화 안전을 담보하려는 지향으로부터 지역의 군사적 균형 보장을 위한 지속적인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 후 처음으로 '북한 비핵화'를 공식 언급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과 함께 한미일 삼각공조가 여전히 유효하단 점을 취임 후 처음으로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대화하겠다고 밝힌 지 6일 만에 보란 듯이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 지도하며 핵무력 강화 노선 관철 의지를 드러냈다. 현장에서는 핵물질 생산에 관한 기술적인 언급 또한 없어 전문가들은 미국을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했다.
북미 대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향후 북미대화를 염두에 둔 팽팽한 기싸움 예고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비난의 수위를 조절하며 상당히 신중한 대응을 하고 있단 평가도 나온다. 양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내용은 트럼프의 러브콜을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트럼프를 직접 거명 비판하지 않고 있는 점, 반공의 우두머리라든지 최강경대미대응전략의 표현이 없다는 점 등은 수위를 조절했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남 비난을 생략하고 대미 비난은 수위를 조절했다"며 "정세 불확실성을 대응한 신중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이어 "아직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한반도 정책, 우크라이나 해법 등이 구체화되지 않은 단계에서 섣부르게 대응하지 않고 원칙적 입장을 견지한 태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