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성향, 팬덤 겨냥하면서 편향된 시각 제공엔 우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치 다큐멘터리들이 극장가에 대기 중이다. 지난해 개봉한 '건국전쟁'이 117만 관객을 돌파하고, '길 위의 김대중'이 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정치 다큐멘터리가 성과를 거둔 가운데 올해에도 다수의 정치 다큐멘터리가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그 내용 역시 정치적 성향과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3월 개봉하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정치 행보를 다룬 '준스톤 이어원'은 지금의 이준석 의원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시인 할매',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 등을 연출한 이종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국내에서 현직 정치인의 정치적 행보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된 첫 사례다. '준스톤 이어원'은 크라우드 펀딩 오픈 첫날 3500만원 목표 금액을 달성했으며 첫날, 지금까지 5254만원의 금액이 모였다.
금기백 감독의 12.3 계엄 사태를 보수 시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힘내라 대한민국'은 2월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사 측은 "'힘내라 대한민국'은 윤석열 정권의 대한민국 현 정치 상황과 자연스레 맞물리며 예리하게 조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근 현대 역사의 흐름처럼 때론 긴장감과 박진감 있게 이야기를 담았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개봉한 '길위에 대통령'의 후속작인 '대통령 김대중'은 국민 참여형 영화로 제작되며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 김대중'은 다섯 번 죽을 고비, 네 번 국회의원, 세 번 대선 낙선을 거친 김대중의 마지막 도전과 대한민국 최초의 평화적 정권 교체의 드라마틱한 여정을 그린다.
영화의 연출은 KBS 광복 50주년 다큐멘터리 '길', MBC 특별기획 '평양으로 간 의사들' 등 한반도 평화 이슈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정성훈 감독이 맡았다. '대통령 김대중'은 지난해 5월 텀블벅 펀딩을 마친 후, '국민과 함께 했던 대통령, 국민이 함께 만드는 영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제작비 후원 모금 진행 중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과거에도 꾸준히 제작되며 인기를 끌었다. 역대 누적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한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는 총 네 편 중 두 편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노무현입니다'(2017, 185만 명)와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건국전쟁'(2024, 117만 명)이다. 정치 다큐멘터리의 부상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구조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극영화 대비 상대적으로 저예산으로 제작이 가능하며, 팬덤 기반의 관객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흥행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탄핵 정국과 차기 대선이 언급되고 상황 속 정치적 이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정치 다큐멘터리가 보다 많은 주목을 받게 됐다. 상업 영화의 흥행 변동성과 제작 편수 감소로 인해 극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영화가 줄어드는 상황 속 정치 다큐멘터리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 정치권 역시 영화라는 대중적 매체를 통해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입지를 다지는 기회가 된다.
정치 다큐멘터리의 성장은 분명한 흐름이지만, 그 한계도 존재한다. 특정 정치적 시각을 강조하는 경우 객관성이 결여될 가능성이 높으며, 정치적 대립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따른다. 한 영화 관계자는 "정치 다큐멘터리는 특정 성향, 팬덤을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편향적인 시선이 담기고는 한다. 공정성을 유지하며 다양한 시각을 균형 있게 조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면, 정치 다큐멘터리는 정치 선전물이 아닌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중요한 도구로도 인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