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빵·맥주 등 줄줄이 가격인상
이상기후·곡물값 인상·그리드플레이션 영향
지난해 소득 1분위 식비 43만4천원
음식서비스 물가지수도 22.0% 올라
장바구니 물가가 심상치 않다. 이른바 ‘먹거리 인플레이션’ 공포가 서민들을 휘감고 있다. 고환율, 미국 관세전쟁으로 먹거리 가격이 인상되고 있는데 더해 식품·외식업계 메뉴 가격도 동반 상승해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소득 하위 20% 가구(1분위) 식비 부담이 5년 사이 40%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가뜩이나 팍팍한 살림살이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t(톤)당 9213달러(약 1325만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월(4152달러)보다 약 121.9% 오른 가격이다.
또 로부스타 원두 가격도 지난 1월 30일 t당 5756달러(약 828만원)로 2024년 2월(3134달러)보다 약 83.7% 비싸졌다. 이에 따라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는 물론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도 가격을 인상했다.
제과 업계도 가격인상에 나섰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이달부터 빵 94종, 케이크 16종 제품 등 110종에 대한 가격을 평균 5% 인상한다. 파리바게뜨도 빵 96종·케이크 25종 등 121종의 제품 가격을 평균 5.9% 올렸다.
주류업체는 롯데아사히주류가 맥주 가격을 최대 20% 올렸으며 아이스크림은 빙그레가 더위사냥과 붕어싸만코 등 일부 제품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다.
먹거리 물가 상승은 고환율, 미국 관세전쟁은 물론, 전세계를 덮친 이상기후와 글로벌 곡물값 급등, 기업이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에게 원재료 등의 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졌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식비 부담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연간 지출)’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하위 20%(1분위)의 식비는 월평균 43만4000원이다.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에 27만4000원을, 외식 등 식사비에 16만원을 각각 사용했다.
1분위 식비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31만3000원, 2020년 34만2000원, 2021년 37만6000원, 2022년 39만9000원, 2023년 40만6000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불과 5년 새 12만1000원(38.6%) 오른 것이다.
이러한 증가세는 전체 소득분위와 비교해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전체 가구 식비는 2019년 66만6000원에서 지난해 84만1000원으로 17만5000원(26.3%) 늘었다.
2~5분위 가구별 식비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2분위는 48만6000원에서 60만9000원으로 12만3000원(25.3%) 올랐고 3분위는 66만원에서 80만6000원으로 14만6000원(22.1%) 증가했다.
또 4분위는 82만8000원에서 103만3000원으로 20만5000원(24.7%), 5분위는 104만3000원에서 132만5000원으로 28만3000원(27.1%) 식비 지출이 각각 늘었다. 2~5분위 가구별 식비도 증가하긴 했지만 대부분 평균 수준으로 오르는데 그쳤다.
식료품과 비주류음료의 물가지수는 2019년 95.8에서 지난해 122.9(28.3%)로 올랐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14.8%)을 크게 웃돈 수치다. 외식을 비롯한 음식서비스 물가지수도 2019년 99.2에서 지난해 121.0으로 22.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