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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지는 회차·개연성 포기…달라지는 드라마 문법 [D:방송 뷰]


입력 2025.03.05 09:14 수정 2025.03.05 09:15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B급 감성 표방한 '언더커버 하이스쿨'

막장 드라마 뺨치는 '보물섬'의 자극적인 전개

16부작에서 12부작·10부작으로 드라마 회차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짧지만 ‘강렬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개연성’을 갖춘 탄탄한 작품들은 줄어들고 있어 우려의 시선이 이어진다.


현재 방송 중인 MBC 금토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은 고종 황제의 사라진 금괴의 행방을 쫓기 위해 고등학생으로 위장 잠입한 국정원 요원 정해성(서강준 분)의 좌충우돌 ‘N차’ 고딩 활약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작품이다.


정해성이 흔쾌히 고등학교 잠입 작전에 응하고, 이후 학생회 임원에까지 도전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정해성과 병문고 계약직 교사 오수아(진기주 분)가 과거 인연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얽히는 모습까지. 초반부터 다양한 내용들이 펼쳐지는 가운데, ‘심각함’은 찾아볼 수 없는 유쾌한 전개로 ‘언더커버 하이스쿨’만의 분위기를 구축 중이다.


이 같은 ‘언더커버 하이스쿨’만의 감성에 매료된 시청자들이 황당하지만 웃음 나는 명장면들을 SNS 등을 통해 공유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첫 회 5.6%로 시작한 ‘언더커버 하이스쿨’은 최근 회차인 4회에서 8.3%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2부작의 짧은 회차로 시청자들을 만나는 만큼, ‘언더커버 하이스쿨’만의 ‘코믹함’에 집중해 시청자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모양새다. MBC는 앞서도 12부작 ‘모텔 캘리포니아’, 10부작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등 회차는 짧지만, 대신 작품의 ‘장르적 재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만족감을 선사했었다.


ENA ‘라이딩 인생’은 이보다 짧은 8부작으로, 딸의 '7세 고시'를 앞둔 열혈 워킹맘 정은(전혜진 분)이 엄마 지아(조민수 분)에게 학원 라이딩을 맡기며 벌어지는 대치동 라이프를 강렬하게 펼쳐내며 이목을 끌었다.


같은 시간대 방영 중인 SBS 금토드라마 ‘보물섬’은 16부작에, 묵직한 스릴러로 앞선 작품들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다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앞선 작품들의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2조원의 정치 비자금을 해킹한 서동주(박형식 분)가 자신을 죽인 절대 악과 그 세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이 드라마는, 탄탄한 전개로 ‘웰메이드’를 표방하기보다는 ‘막장’에 가까운 자극적인 전개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서동주가 연인 여은남(홍화연 분)에게 배신 당해 충격을 받는 모습부터 허일도(이해영 분)에 의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와 복수를 다짐하는 순간이 빠른 속도로 전개된 것. 이 과정에서 ‘개연성은 포기했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만큼 빠르고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작품으로 보는 이들의 ‘도파민’을 자극 중이다.


이 과정에서 약화된 깊이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시청자들도 없지 않다. 일부 시청자들은 ‘웰메이드 복수극’을 기대한 ‘보물섬’의 시청자들은 해당 드라마에 대해 ‘개연성이 지나치게 떨어진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라이딩 인생'이 극 초반 보여준 대치동 라이프에 대해 ‘너무 극적이라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반응하기도 한다. 섬세하게 전개를 쌓아나가는 것이 아닌, 주제 또는 작품의 재미를 빠른 속도로 압축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사의 완성도는 떨어지기도 한다는 것.


물론 지난해 방송돼 장르물 마니아의 호평을 받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처럼 회차는 짧아도 내용의 탄탄함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웰메이드’를 추구하는 작품이 없지 않다. 다만 제작 일수를 줄이고, 해외 판매 등으로 수익성을 강화하는 여느 인기작들과 비교했을 때 ‘웰메이드 드라마’들이 ‘투자 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이유로 ‘한계가 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이에 로맨틱 코미디를 비롯한 가벼운 드라마들이 제작자들에게도 ‘진입장벽 낮은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일부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서 드라마들의 완성도가 낮아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작품도 필요하지만, 성과와는 별개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만족감을 더하는 작품들도 필요하다”면서 “두 가지 측면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 필요한데,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짚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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