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표적 '3차례 확인' 미이행
두 조종사의 다른 진술 수사 필요
훈련때와 달랐다…1번 따라쏜 2번
형사처벌 대상 가능성…수사 착수
초유의 민가 오폭 사고를 낸 KF-16 전투기 조종사가 최초 폭격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한 뒤, 3차례나 확인하는 절차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실사격 훈련 전날 표적 좌표 숫자 '5'를 '0'으로 오입력한 것이 드러나 조종사의 '셀프 체크'에 일어난 인재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좌표가 틀렸다…1·2번기 다른 진술 수사해봐야
공군은 10일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고 발생 원인은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 때문이라고 재확인했다.
앞서 공군은 KF-16 전투기 2대가 공대지 폭탄 MK-82 8발을 사격장이 아닌 민가에 투하해 수십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당일에도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를 사고 원인으로 꼽은 바 있다.
공군에 따르면 조종사는 지상에서 비행 준비를 하면서 비행임무계획장비(JMPS)에 좌표 등 비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입력한 후 이를 비행자료전송장치(DTC)라는 저장장치에 담아 전투기 조종석 내 슬롯에 꽂으면 이 데이터들이 전투기 임무컴퓨터에 입력(로딩)된다.
중간 조사결과를 보면 오폭 사고를 일으킨 KF-16 조종사 2명은 지난 5일 비행 준비를 하며 다음날 실무장 사격을 위한 표적 좌표를 입력했다.
1번기 조종사가 표적을 포함한 경로 좌표를 불러주고 2번기 조종사가 JMPS에 입력했는데, 이 과정에서 표적 좌표가 오입력됐다. 위도 좌표 'XX 05.XXX'을 'XX 00.XXX'로 잘못 입력한 것이다.
당시 조종사가 손으로 입력한 좌표는 비행경로와 표적을 포함해 14개로, 숫자가 약 200개에 달했다.
다만 1번기 조종사가 좌표를 잘못 불렀는지, 맞게 불렀지만 2번기 조종사가 잘못 입력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이들이 좌표 입력을 올바르게 재확인해야 했지만, 그렇게 이행하지 않아 첫 번째 확인 기회를 놓친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1번기 조종사는 좌표를 제대로 불렀다고 얘기하고, 2번기 조종사는 좌표를 제대로 입력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현장에는 두 사람뿐이었다"며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날씨 좋아 눈으로 확인 가능했다…비행정보 믿은 탓
사고 당일 이륙 전 점검 단계에서 두 조종사는 잘못된 좌표가 포함된 데이터를 JMPS에서 DTC에 저장했는데, 2번기 DTC에는 장비 오류로 인해 데이터가 제대로 저장되지 않았다.
이에 2번기 조종사는 조종석 내에서 수동으로 표적 좌표를 입력했는데 당시 좌표는 정확하게 입력됐다. 결과적으로 1번기에는 잘못된 표적 좌표가, 2번기에는 올바른 표적 좌표가 입력된 것이다.
이륙 전 최종점검단계에서 1, 2번기는 경로 및 표적 좌표를 재확인했으나 이때도 1번기 조종사는 입력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해 두 번째 확인 기회도 놓쳤다.
이륙 후 비행하면서 1번기 조종사는 비행경로와 표적지역 지형이 사전 훈련 때와 약간 다르다고 느꼈으나, 항공기에 시현된 비행정보를 믿고 임무를 강행했다.
게다가 정해진 탄착시각(TOT)을 맞추느라 조급해져 표적을 정확히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맹목적으로 최종공격통제관(JTAC)에게 '표적 확인(Target in Sight)"이라고 통보하고 폭탄을 투하했다.
투하 전 표적 육안 확인이라는 세 번째 확인 기회도 스스로 날린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사고 당일) 날씨가 나쁘지 않았고, 표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눈으로 확인했어야 하는데 그 점이 조종사 측면에선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당시 실사격은 표적에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2대가 동시에 무장을 투하하는 훈련이었다.
2번기 조종사는 정확한 표적 좌표를 입력했지만, 1번기와 동시 투하를 위해 밀집대형 유지에만 집중하느라 표적좌표를 벗어난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결국 1번기 지시에 따라 동시에 폭탄을 투하했다.
공군은 △비행임무계획장비(JMPS)를 활용한 비행준비 과정 △비행자료전송장치(DTC)를 전투기에 로딩한 후 이륙 전 항공기 점검 과정 △사격 지점에서 표적 육안확인 과정 등 전 임무과정에 걸쳐 적어도 세 차례 이상 표적을 재확인해야 했으나 1번기 조종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국방부,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수사 착수
국방부는 이같은 공군 KF-16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10일 출입기자단 언론 공지를 통해 "국방부 조사 인력을 투입해 이번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에 대한 조사 및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부는 "오늘 공군이 발표한 중간 조사결과에서 드러난 각종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조종사 임무 수행과 훈련 통제·관리, 보고체계, 상황 조치 과정 등 훈련 준비 단계에서부터 훈련 실시, 사후 단계까지 전 과정을 대상으로 국방부 차원에서 조사·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와 수사에선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해 민가를 폭격하고 여러 사람을 다치게한 전투기 조종사 2명과 이번 훈련 통제·관리 담당자, 상황 파악·보고 지연 책임자 등이 수사 대상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결과에 따라 징계는 물론 형사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공군은 "상황판단 및 보고와 관련해 과실이 식별된 관련자들은 법과 규정에 따라 문책당할 예정"이라며 "실시간 보고체계를 강화하는 등의 후속 조치도 함께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