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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가', 게임인가 함정인가…극한의 심리전 [D:쇼트 시네마(112)]


입력 2025.03.14 13:55 수정 2025.03.14 13:5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유호재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사채를 쓴 민혜(홍하늬 분)는 게임을 해서 이기면 빚 5억을 갚지 않아도 되지 않아도 되는 대부업체 계약 앞에서 고심 중이다. 마침 같은 장소에서 게임에서 이긴 남자의 환호성이 들린다. 남자는 밝은 얼굴로 이곳을 빠져나가고 민혜는 계약서에 지장을 찍는다.


민혜가 해야하는 게임은 젠가다. 세 번 중 한 번이라도 이기면 돈을 갚지 않아도 되지만 이미 2번을 진 민혜는 온몸을 떨며 분노 중이다. 게임의 대가는 민혜의 남편 형구였다. 형구는 민혜가 질 때마다 온갖 고문을 받게 된다.


형구의(임홍택 분) 비명소리가 민혜를 더욱 긴장시키며 만든다. 이제 남은 게임은 한판이다. 민혜는 집중해 젠가의 블록을 빼내지만 결국 무너지고 만다.


절망 속에서 울고 있던 민혜 앞에 게임에서 이겼다며 환호를 했던 남자가 등장해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겨 다시 떠난다.


민혜는 빚이라는 굴레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지막 희망을 걸지만, 젠가 블록을 빼는 행위는 점차 민혜의 불안과 공포, 무력감을 더해간다. 민혜는 두려움에 매몰면서 정작 게임의 본질은 보지 못한다. 상대의 고통이 패배의 대가가 되는 순간, 게임의 룰이란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한 인간을 길들이고 파괴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모든 것이 끝난 순간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대사가 영화의 심장을 관통하면서 또 다른 의문을 피어나게 한다. 과연 이 게임이 진정한 선택의 결과인지, 혹은 이미 설계된 운명 속 움직임에 불과한지를 영화가 끝난 후,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현실과 다를 바 없는 이 폐쇄적인 구조 속에서, 우리는 과연 자신의 의지로 무엇을 결정하고 있으며, 주어진 선택지가 정말 자유로운지, 더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규칙과 시스템이 무엇을 조종하고 통제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러닝타임 14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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