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6일 명성황후 역으로 개인통산 100회 공연 달성
"이번이 내 마지막 명성황후...모든 것 불사를 것"
30주년 '명성황후' 3월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명성황후’는 저의 성장사이자, 제 삶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뮤지컬 배우 신영숙에게 뮤지컬 ‘명성황후’는 단순한 출연 작품, 그 이상의 깊은 의미를 지닌다. 1999년 ‘명성황후’의 손탁 역으로 첫 뮤지컬 데뷔를 알렸고, 2015년 20주년 공연부터 명성황후 역으로 관객을 만나왔다. 지난 6일은 명성황후 역으로 개인 통산 100회 공연을 달성하기도 했다.
앙상블로 데뷔한 당시부터 극을 이끄는 주연으로 성장하기까지, ‘명성황후’ 속에 뮤지컬 배우로서의 신영숙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셈이다.
작품은 구한말 일본의 침략과 위태로워진 나라의 명운을 둘러싼 조선 왕실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문열 소설가의 희곡 ‘여우사냥’이 원작이다. 1995년 예술의전당에서 처음 공연했고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신영숙은 올해도 명성황후를 연기 중이다.
“명성황후를 연기하면서 보낸 시간 동안 인물에 대한 이해가 점점 깊어진 것 같아요. 이젠 명성황후 뿐만 아니라 고종은 고종대로 불쌍하고, 세자의 아픔도 더 깊고 세세하게 이해할 수 있는 단계가 됐어요. 그런 이해도가 연기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않나 싶습니다.”
실제로 신영숙의 명성황후의 감정 표현도 작품에 대한 깊이 만큼이나 더 깊어졌다. “휘몰아치는 감정을 표현하는 게 최고조에 이른 느낌”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캐릭터적으론) 아름다운 황후를 표현하기보다는 유능한 정치인, 외교관이자 강인한 여걸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현 시대에 맞게 강인하고 진취적인 신여성의 모습의 명성황후로요. 무엇보다 감정소모가 큰 역할이고, 순간적으로 몰입해야 하는 장면이 많아서 모든 걸 쏟아붓다 보니 매번 탈진 상태로 집에 가는 느낌이에요.”
유독 이번 시즌에 “모든 걸 쏟아붓고 있다”고 언급하는 이유도 있다. 신영숙은 이번 시즌을 “나의 마지막 명성황후”라며 배역과의 이별을 고했다.
“10년 전 명성황후로 무대에 올라 꽉 찬 객석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요. 30주년을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불사르겠다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했고, 지금이 제가 명성황후를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온 마음을 쏟아 최선을 다해 공연을 마무리하고 작품과 배역을 떠나보내기로 했습니다.”
오랜 기간 ‘명성황후’와 함께한 만큼, 작품의 변화도 몸과 마음으로 직접 느껴왔다.
“‘명성황후’는 현 시대에도 계속 어울릴 수 있게 도전하고, 시도하며 이어져온 작품이에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뺄 건 빼고 덧붙일 건 덧붙인 거죠. 이 작품이 30주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직접 봐주셨으면 합니다.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아픔의 역사를 재미있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큰 작품이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30주년이라는 ‘기적 같은 순간’을 맞이한 ‘명성황후’에 제가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해요.”
‘명성황후’는 오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