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실적 바탕 주주환원 40% 제시
대내외적 불안·환율 불확실성은 걸림돌
"위험가중자산 관리해 가치 제고 예정"
금융산업이 거센 변화의 물결에 직면했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 대내외 악재가 거듭되면서 경제 상황은 매우 불안정해졌다. 금융사 CEO들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매우 중요해진 시기다. 이에 금융사 CEO들의 지난 경영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할지 짚어본다. 또 깊어지는 '저성장 시대'의 늪, 그들의 시선을 통해 금융산업의 미래를 조망해 본다.[편집자주]
국내 금융지주 중 첫 '5조 클럽'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받아든 첫 성적표다. KB금융은 지난해 순익 5조286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다.
KB금융은 밸류업에서도 리더로서 업계를 이끌고 있다. 금융권 최초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했고, 보통주자본(CET1)비율과 주주환원을 연계한 '밸류업 프레임워크'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올해에도 KB금융은 업계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을 달성하겠다고 야심차게 밝혔다. 상반기 5200억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시작으로 올해 총 1조7600억원의 주주환원을 제시했다. 목표로 삼은 주주환원율은 40%다.
다만 이같은 '양종희 호' 밸류업 가도가 하반기까지 무난하게 쭉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환율 불안정성으로 인해 CET1 비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위험가중자산을 관리해 주주환원률을 안정적으로 끌고가겠다는 입장이다.
첫 5조 클럽 진출 이끈 '최초의 비은행 계열사 대표'
KB금융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시현하며 국내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실적 5조원을 달성했다. 양 회장은 최초의 비은행 계열사 대표 출신 답게 증권, 보험, 카드사의 활약을 이끌었다.
주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순이익은 3조251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억원 가량 감소했지만, KB증권의 순이익은 2023년 3896억원에서 지난해 5857억원으로 50.3% 증가했다. KB손해보험과 KB국민카드 역시 각각 17.7%, 14.7% 증가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KB금융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자 업계의 관심은 주주환원 정책으로 쏠렸다. 양 회장은 국내 금융지주 회장 중 처음으로 직접 밸류업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그는 '밸류업 프레임워크'에 따라 지난해 말 CET1 비율 13.51% 중 13%를 초과하는 자본분인 약 1조7600억원을 올해 연간 현금배당 총액과 자사주 매입·소각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밸류업 프레임워크란 CET1비율에 주주환원을 연계한 밸류업 방식으로 KB금융이 처음으로 시행했다.
이와 함께 이사회는 연간 현금배당 총액을 감안해 상반기 총 5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의했다. 하반기에는 CET1비율 13.50% 초과 자본도 추가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 회장은 자사주 매입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이다. KB금융 공시에 따르면 양 회장은 지난해 3월 자사주 5000주를 장내매수했다. 매입가는 주당 7만7000원으로 총 3억8500만원에 해당한다. 지난 2월에는 KB금융 전 계열사 대표들과 지주 임원들도 나서 직접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환율 불확실성에 투자심리 위축까지…"가치 제고 위해 지속 노력"
그러나 업계에서는 KB금융의 적극적인 밸류업 의지에도 주주환원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인으로는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환율 불안정성이 꼽힌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적 불안과 대내외적 요인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하자 CET1비율이 하락했다. CET1비율은 보통주 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인데, 주요 금융사들은 CET1 비율 13% 이상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자본은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자 외화 대출 자산이 높게 산출돼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났고, 이는 곧 주주환원 여력 감소로 이어졌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같은 불확실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강화 조치로 대외적 불안을 야기할 때마다 환율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관세가 오르면 수출이 위축돼 경기가 둔화된다. 실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더해 기준금리도 인하기에 들어서면서 수익성도 안전하진 않은 상황이다.
KB금융은 위험가중자산을 축소해 CET1 비율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CET1 비율이 최소 13.51%를 상회할 것이라 내다보며 주주환원율에 대해 여전히 자신있는 모습을 내보이고 있다.
밸류업은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양 회장의 가치 제고 드라이브가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