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정기 주총서 유증 관련 주주들 성토 이어져
소액주주연대의 유상증자 철회 촉구 트럭시위도 진행
"유증 통한 안정적인 재무구조로 초격차 기술력 갖출 것"
“전세금을 잠시 투자하려고 넣어 놨는데 ‘전세금 다 날아갔다’ 이런 얘기도 많이 들리고 솔직히 주주들은 큰 손실 때문에 일상생활도 하기 힘들 정도로 진짜 참담합니다.”
“어떤 얘기라도 와서 해야되겠다는 각오를 하고 아침 일찍 왔습니다. 주가는 너무 바닥이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책임도 묻고 하소연도 할 생각으로 왔습니다.”
“현금성 자산은 비교적 많은 편이고 부채 비율도 안정적인데 굳이 이렇게 주주가치 희석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유상증자를 진행시킬 현실적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19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호텔에서 개최된 삼성SDI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최근 삼성SDI의 대규모 유상증자와 관련된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에 시작된 주총은 길어진 주주들의 질의응답으로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앞서 삼성SDI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명분은 미래 경쟁력 강화와 중장기 성장을 가속화를 내세웠다. 삼성SDI는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을 미국 GM과의 합작법인 투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유증 발표로 주가는 당일에만 6% 넘게 떨어졌으며 이후에도 하락세를 보이며 19만원대 전후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사상 최고가였던 2021년 3월 장중 고점 대비 80%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이에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이날 주총장 현장에서는 삼성SDI 소액주주연대가 유상증자 철회를 촉구하는 트럭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트럭 전광판에는 ‘삼성SDI인가? 삼성S-DIE인가? 자산매각 우선검토! 대주주가 투자하라!’, ‘이재용 회장님! 주주배정 유상증자? 이것이 삼성다움입니까?’, ‘주주환원 3년 0원! 시설투자 주주부담! 유상증자 철회없이, 삼성다움 명분 없다!’ 등의 문구가 게시되며 강한 반발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이번 주총에서 주주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신뢰 회복에 주력했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 부사장 겸 이사회 임시 의장은 “주가 하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실적 부진이 가장 크게 작용했으며, 미국 대선 이후 친환경 정책 후퇴에 대한 우려, 무역환경 변화 등의 불확실성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주가 회복을 위해서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방안은 실적 개선과 미래 성장성 확보”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에서 양산까지 최소 2년에서 3년까지 소요되는 배터리의 사업 특성상 대규모 시설투자 및 R&D 투자를 선제적으로 진행해왔고, 이 과정에서 현금 흐름, 적자 전환 및 차입금 증가 등 재무구조가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최근과 같은 변동성 속에서 주가 회복과 중장기 성장을 위해선 건실한 재무구조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유상증자 결정과 이에 따른 주가 하락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내년부터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고 밝히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김 부사장은 “주가가 많이 떨어지고 회사가 충분히 방어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면서 “1~2년 정도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2분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되고 2027년, 2028년이 되면 실적이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증자 철회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유상증자는 이사회에서 결정이 됐고 주주님들의 피 같은 돈들이 헛되이 쓰여지지 않도록 R&D 시설 투자 등 가장 좋은 쪽에 우선 투자하겠다”며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응원해주신다면 임직원들이 힘을 합쳐 실적으로 보답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올 한 해도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지만, 주요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될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초격차 기술력을 갖추겠다”며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친환경 미래 사회 구현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고 이를 통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최근 삼성SDI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관해 중점심사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는 금감원이 지난달 발표한 유상증자 집중심사 제도와 관련한 첫 사례다. 삼성SDI의 유상증자 규모가 크고 처음으로 하는 것이라 기재 내용이 부실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선정됐다.
이와 관련해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주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잘 준비해서 유상 증자하는 취지에 대해 당국에 잘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금감원의 중점심사로 인해 삼성SDI 유상증자가 제동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단 간담회에서 “삼성SDI의 투자 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