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80~90년대생 의원들 공동 기자회견
당적에 관계없이 한목소리 낸 것 이례적
"지금 당장 보험금 인상해 기성세대는
혜택 누리면서, 후세대 보험료는 올려"
국민연금 모수조정안 통과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여야 청년정치인들이 이번 조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질타하는 기자회견을 공동으로 열었다. 진영간 대립이 극심해진 22대 국회에 들어서, 당적에 관계없이 여야 정치인들이 함께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장철민·전용기(이상 재선) 의원과 국민의힘 김용태·김재섭·우재준 의원, 개혁신당 이주영·천하람(이상 초선) 의원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비판하며 △국회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 청년세대 참여 보장 △기금에 대한 국고 투입 당장 시작 등을 요구했다.
이들 청년 의원들은 "여기 모인 의원들이 이번 모수조정안에 반대표를 던진 이유는 연금개혁으로 가장 큰 부담과 책임을 지게 되는 청년세대를 설득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담기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소속된 정당은 다르지만 연금개혁의 방향성에 있어서만큼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기에, 정파를 넘어 더 나은 연금개혁을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섰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모수조정안을 요약하면 지금 당장 보험금 혜택을 인상하되, 후세대의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리자는 것"이라며 "강화된 혜택은 기성세대부터 누리면서, 그로 인해 추가되는 부담은 또다시 후세대의 몫"이라고 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이소영 의원은 1985년생이며, 장철민 의원은 1983년생, 전용기 의원은 1991년생이다. 김용태 의원은 1990년생, 김재섭 의원은 1987년생, 우재준 의원은 1988년생, 이주영 의원은 1982년생, 천하람 의원은 1986년생이다. 모두 80~90년대생으로 그 중 민주당 소속 청년 의원 3명은 벌써 재선 고지에 올랐으며, 국민의힘·개혁신당 의원들은 전원 초선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국회 연금특위에 청년세대의 참여를 보장할 것과, 국민연금기금에 대한 국고 투입을 2026년부터 당장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미 수급연령이거나 불과 수년 내에 수급대상에 들어가게 되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세대가 받을 돈은 인상하면서 보험료의 인상 부담은 젊은 세대에게 떠남겼다는 비판이 있다"며 "국회 연금특위 구성에서부터 30~40대 의원이 절반 이상 돼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인구구조상 한해 25만 명씩 태어난 세대가 한해 100만 명씩 태어난 세대를 부양해야 한다. 지금보다 보험료율을 훨씬 더 많이 올리더라도 보험금 지출을 감당할 수 없는 시점이 반드시 온다"며 "지금의 청년세대는 한평생 높은 보험료를 내다가 어느 시점에는 막대한 재정투입을 세금으로 감당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재정투입을 시작해야 한다"며 "2025년 국민연금기금에 투입되는 재정지원액은 공단운영비 명목의 100억원 수준이다. 최소 연간 1조원 정도의 규모라도 국고투입을 당장 내년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연금 개혁안은 여야 원내지도부 간의 지난한 협상 과정을 거쳐 모수조정에 전격 합의해, 이를 반영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혼란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연금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던 박수영 의원은 여야 원내지도부의 모수조정 합의에 항의해 특위 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했으며,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안철수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은 정부의 재의요구권 행사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이번 모수조정안을 일단 받아들이고 구조개혁으로 나아가자고 제안했으나, 지금은 여론의 향배를 살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