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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엘리트 경제 관료' 이찬우 회장의 한 수는? [금융 체어맨의 시선⑤]


입력 2025.03.22 07:00 수정 2025.03.22 07:00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그에게 주어진 과제 수익성과 내부통제

산적한 과제 위해 우선 현장 위주 행보

금융산업이 거센 변화의 물결에 직면했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 대내외 악재가 거듭되면서 경제 상황은 매우 불안정해졌다. 금융사 CEO들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매우 중요해진 시기다. 이에 금융사 CEO들의 지난 경영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할지 짚어본다. 또 깊어지는 '저성장 시대'의 늪, 그들의 시선을 통해 금융산업의 미래를 조망해 본다.[편집자주]


이찬우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연합뉴스

'엘리트 경제 관료'


이찬우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의 수식어다. 이 회장은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등에서 요직을 맡고,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지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는 기획재정부 차관보로 일하며 경제 정책의 뼈대를 세웠다는 평이 나온다.


경제 관료로서 승승장구의 길을 걸어온 이 회장에게 어려운 임무가 주어졌다. '수익성' 기반 성장과 내부통제 자리 잡기다. 막중한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그는 임기 초반부터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금융사고의 무덤에서 시작한 임기…'금융혁신' 내세운 이찬우


이 회장은 최근 그룹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진행한 신년 경영전략 회의에서 '금융혁신'을 내세웠다. 동시에 그는 '금융사고 제로화'를 위한 기업문화 탈바꿈에 힘을 줬다. 내부통제의 기반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혁신에 가까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 회장은 취임 초반 "고객 신뢰와 혁신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신뢰와 혁신을 강조한 이유는 지난해 농협금융에서 발생한 다수의 금융사고 탓이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핵심 계열사 NH농협은행에서 공시한 금융사고만 해도 6건에 달했다. 합산 사고금액은 약 450억원 이상으로, 100억원 이상의 대형 금융 사고는 3건이나 발생했다. '횡령'사고는 6건이었다.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이 내부통제협의회를 진행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이를 위해 이 회장이 제시한 방안은 '현장경영' 강조다. 지난달 이 회장은 취임식을 생략하고 농협은행 콜센터를 찾았다. 상담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현장 직원들과의 간담회로 임기의 문을 열었다.


이 회장은 자회사 경영진과 잇달아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고, 젊은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도 열어 현장의 소리를 듣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책무구조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올해부터 도입되는 책무구조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금액의 대소를 떠나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묻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평생의 숙제 '만년 5위' 탈출…수익구조 다변화 필요해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 본관 전경. ⓒNH농협금융

농협금융의 실적은 국내 5대 금융지주 중 5위에서 머무르고 있다. '만년 5위'라는 별명에서 이번에도 벗어나지 못했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453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 최근 몇 년간 농협금융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2조원을 밑돌던 농협금융 순익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2조5000억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다른 금융지주 역시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핵심이익인 이자이익의 감소가 꼽힌다. 농협금융의 이자이익은 지난 2023년과 지난해 각각 전년대비 10.6%, 0.1% 감소했다.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은행에 대한 높은 의존도도 원인이다. 지난해 농협금융 실적에서 농협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73.6%에 달한다. 타 금융지주 역시 높은 은행 의존도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만년 5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른 금융보다 한 발 앞서가는 변화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그 '한 수'를 위해서는 수익구조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NH투자증권, NH농협생명, NH손해보험 등 자회사의 경쟁력 강화로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거다.


특히 은행의 자산관리 부문에 힘을 싣고 있다. 농협은행은 최근 금융·부동산 투자자문업 라이선스를 취득하면서 주식과 채권, 펀드 등 금융상품과 토지, 건물 등 부동산 관련 투자자문을 할 수 있게 됐다. 기업과 고액자산가 고객을 유치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엘리트' 이 회장 앞에 주어진 과제가 산적해 있다. 혁신에 방점을 두고 임기 초반부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만큼 그가 괄목할 만한 그룹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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