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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다정함의 힘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입력 2025.03.30 11:03 수정 2025.03.30 11:03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화이트 버드’

2017년에 개봉된 영화 ‘원더’는 교육용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선천적 장애를 가진 주인공 어기를 통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법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편견을 깨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줄리아 로버츠가 출연한 이 영화는 베스트셀러 작가 R.J 팔라시오의 소설 '아름다운 아이'가 원작이다. 최근 이 원작의 내용에서 파생된 스핀오프 영화 ‘화이트 버드’가 개봉했다. 영화는 다정함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 세상이 외면한 소아마비 소년과 유대인 소녀의 기적 같은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다.


줄리안(브라이스 게이사르 분)은 선천적 안면 기형 장애가 있는 친구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새로운 학교로 전학와서 낯선 친구들 사이에서 적응하지 못해 불편해 한다. 뉴욕에서 전시회를 앞두고 있는 할머니 사라(헬렌 미렌 분)는 이러한 손자의 모습에 안타까워하며 자신의 어릴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1942년 프랑스에 살고 있는 사라(아리엘라 글레이저 분)는 나치 점령하에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쫓기는 신세가 된다. 이때 소아마비로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줄리안(올랜도 슈워드 분)이 사라를 구해준다. 헛간에 숨어 지내게 되면서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우정은 깊어지게 되지만 그로 인해 줄리안은 유대인으로 오해를 받으며 위기를 겪게 된다. 나치 하에 놓인 이들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영화는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전한다. 사랑이란 단순히 감정적인 애정을 넘어, 이해와 용서, 헌신과 희생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사랑에는 차별과 편견이 개입되서는 안 된다. 사라는 줄리안이 장애를 가지고 있어 관심 밖에 있었지만 그의 똑똑함과 따뜻한 마음에 편견과 차별이 사라지고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해 사랑의 감정까지 싹튼다. 줄리안과 그의 부모들 역시 사라가 유대인이라고 해서 미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처럼 친자식처럼 감싸 안으며 보살펴 준다. 더욱이 아들이 유대인으로 오해받으며 죽음을 맞이해도 사라를 원망하지 않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을 안타까워한다. 영화는 나치 하에서 프랑스에 살았던 사라와 줄리안과 우정과 슬픈 사랑 이야기를 통해 아름답고 고귀한 사랑의 가치를 조명한다.


다정함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잊고 사는 것 중의 하나가 다정함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바쁘게 살아가면서 다정하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고 조급해져 다정함을 잃고 있다. 나치의 폭력성으로 물든 점령국의 축소판인 사라의 학교에서 줄리안은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용기 있는 행동으로 사라를 돕는다. 영화는 모든 용기는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용기는 사람을 바꿀 수 있음을 전한다. 줄리안의 도움으로 사라의 세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누군가의 다정함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상상력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것도 알려 준다.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치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더 나은 현실을 창조하게 한다. 찰리 채플린을 좋아하고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 두 사람은 헛간에 지낼지언정 매일 새로운 일상을 보낸다. 현실에서는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지만 상상의 세계에서는 파리의 중심지도 가고 뉴욕도 돌아다닐 수 있다. 모든 것이 환상일지언정 중요한 것은 그 새가 사라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는 것이다. 영화는 어떤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말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건넨다.


우리 사회는 차별과 편견 그리고 선입견으로 병들어가고 있다. 서로 간에 다정하기보다는 편가르고 갈라치면서 차별과 분열을 조장한다. 그동안은 급속한 성장을 이루어 왔지만 차별과 분열은 한국 사회를 더 이상 발전시키지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영화 ‘화이트 버드’는 어린이들 시선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약자와 장애자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차별과 편견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성숙한 사회,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노력과 실천이 우선되어야 함을 말해준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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