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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애 없었으면 다 죽었을 거다" 산불에 노인들 업고 뛴 외국인


입력 2025.04.01 15:00 수정 2025.04.01 15:00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뉴스1

화마가 휩쓸고 간 경북 영덕군 마을에서 한 외국인 선원이 마을 주민 수십 명을 대피시키고 구해낸 사연이 알려졌다.


뉴스1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대형 산불이 경북 영덕군 축산면 해안마을까지 번지자 수기안토(31) 씨는 마을어촌 계장 유명신 씨와 함께 주민 대피에 나섰다. 수기안토 씨는 인도네시아 국적으로, 8년 전 취업비자로 입국해 선원으로 일하고 있다.


늦은 밤이었던 오후 11시쯤 유 씨와 수기안토 씨는 몸이 불편한 마을 주민들을 먼저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집마다 뛰어다니며 불이 났다는 소식을 알렸다. 당시 고령이 대다수인 마을 주민들은 잠을 자고 있었다.


해안 비탈길에 집들이 밀집해 있어 노인들이 빨리 움직이기엔 어려웠다. 이에 두 사람은 노인들을 업고 300m 거리에 있는 방파제까지 옮겼다고.


90대 마을 주민은 "저 애가 없었으면 우린 다 죽었을 거다"라며 "텔레비전을 보다 잠이 들었는데 밖에서 불이 났다는 고함에 일어나 문밖을 보니 수기안토가 와 있었고 등에 업혀 집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수기안토 씨는 "사장님(어촌계장)하고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제가 말한) '빨리 빨리'라는 소리에 잠에서 깬 할머니들을 업고 언덕길을 내려왔는데 바로 앞 가게까지 불이 붙어 겁이 났다"고 말했다.


경정3리에는 주민 60여명이 살고 있다. 수기안토 씨 등의 도움으로 주민들은 모두 방파제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수기안토 씨는 인도네시아에 부인과 5살 아들이 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이 너무 좋다. 특히 마을 사람들이 가족 같다"며 "3년 후에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향에 있는 부인으로부터 자랑스럽다는 전화를 받았다. 산불로 다친 사람이 없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수기안토와 어촌계장이 없었으면 아마도 큰일을 당했을 거다. 저렇게 훌륭하고 믿음직한 청년과 함께 일하고 계속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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